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선고와 동시에 불소추 특권을 박탈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가 당면 현안으로 떠올랐다. 자연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당연한 일이지만, 60일 이내에 실시될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1997년의 제15대 대선 2개월 전에 ‘김대중 비자금 의혹’ 주장이 구체적으로 제기됐지만 당시 검찰은 대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선거 이후로 수사를 미룬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크게 다르다.

우선,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의 상당 부분이 이미 검찰 및 특검 수사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12일 사저로 거처를 옮기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사 및 헌재 결정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사를 서둘러, 5월 9일쯤 실시될 대선 이전에 국민이 ‘진실’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또, 검찰·특검 및 헌재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뇌물죄’여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게다가 특검법은 관련자가 기소될 경우 3개월 안에 1심 선고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진술했다. 따라서 이들의 범죄 사실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 조사가 필수적이다.

검찰의 신속한 수사가 정도(正道)다. 전직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할 수는 있지만 ‘법 앞의 평등’을 훼손할 정도는 곤란하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지지층 결집 등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는 것이 마지막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