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경제부처 긴장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형환(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따른 경제 분야 영향과 대응태세 점검을 위한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대선 결과 따라 조직존폐論
승진 기피 - 줄서기 행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13일 세종 관가(官街)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통령 선거 시행이라는 정치적 격변 때문에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 부처들이 심각한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고 있다.

입으로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경제 정책은 ‘올스톱’ 상태이고, 차기 대선 결과에 따라 조직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부처에서는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열고 “전 경제 부처가 흔들림 없이 리스크(위험) 관리와 민생 경제 회복에 매진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내수·투자 활성화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청년고용 대책도 예정대로 3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곧이 듣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차기 정부에서 조직이 개편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기재부, 금융위원회 등은 조직의 존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부처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온다. 2개월쯤 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게 잘하는 일이냐는 뜻이다.

벌써 정부 내에서 차기 유력 주자를 바라보고 ‘줄 서기’를 하는 풍조도 강해지고 있다. 이미 “차기 정부에서는 대구·경북(TK) 인사들은 쇠하고, 호남 출신이 뜰 것” 등을 포함한 각종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차기 정부 출범 이후 현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1급(차관보급) 승진을 기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공직 사회의 ‘생존 본능’이 강하게 꿈틀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