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삼성미술관리움 전경. 고미술로부터 현대미술 콜렉션까지 다양한 전시기획을 선보여왔다. 뉴시스

“미술흐름 주도했는데 타격”
사드보복에 中큰손들도 주춤
관련시장 급격한 위축 우려

미술시장에서의 ‘초대형 컬렉터’ 삼성 미술관리움의 개점 휴업 사태로 국내 상업화랑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드 보복에 의해 중국 컬렉터들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 구입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돼 급격한 시장 위축이 예상된다.

삼성미술관리움의 홍라희(72) 관장이 지난 6일 관장직에서 사퇴한 데 이어 홍라영(57) 총괄부관장도 8일 사퇴했다. 리움은 오는 4∼8월 개최 예정이던 김환기 회고전을 취소하고 9∼12월 개최를 예고한 서예전 ‘필(筆)과 의(意):한국 전통서예의 미(美)’전도 취소했다. 올 한해 대규모 기획전은 모두 포기하고 ‘상설전’만 계속 진행한다.

이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리움이 그동안 기획전은 물론 작품 구매 등을 통해 한국미술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미술계에서, 특히 화랑들 사이에 리움은 연간 100억원 대 작품을 구매하는 초대형 컬렉터다.

미술계 한 인사는 “리움 전시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스타덤에 오르며 비싼 가격에 작품을 팔 수 있게 되고, 단순 컬렉션 대상 작가만 돼도 화단에서 주목을 받았다”며 “한국 미술계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는 “리움이 있어서 한국 미술계가 이처럼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여기에 상하이학고재 철수와 중국 현지에서의 단색화기획전 취소 등에서 알 수 있듯 사드 보복으로 중국 큰손들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 구매에 인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국제화단에서의 ‘단색화’ 인기도 중국 큰손들에 의한 것으로 미술계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를 통해 사드로 인한 피해 상황을 갤러리들로부터 접수 받고, 9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에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이 참여해 피해 상황 청취에 나선 것도 미술시장의 심각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