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 90일 수사결과 발표

의혹 의료인들 당일 靑 안가
‘미르’최순실 아이디어 밝혀
崔일가 부정축재는 확인못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간 수사 대장정을 끝으로 지난 6일 최종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가운데, ‘미완의 완성’ ‘절반의 화려한 성공’이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굵직한 현안에서는 사건관계자들을 대거 구속하거나 청와대 차명전화(대포폰) 등 몇몇 의혹들을 추가로 밝혀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등 일부 ‘미제 의혹’들은 여전히 남겨두게 됐다는 점에서다.

6일 발표한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특검팀은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처음 촉발했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 최 씨가 2015년 5월 무렵 박 대통령에게 먼저 재단 설립 및 공동운영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따르면 재단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한 사업이라고 알려졌었다. 특검팀은 최 씨와 박 대통령 간 밀접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포폰의 존재를 밝혀내기도 했다. 이영선(38) 청와대 행정관이 차명으로 개통한 대포폰 50여 대 중 2대를 통해 최 씨와 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부터 약 6개월간 570여 차례나 긴밀하게 연락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위세를 앞세워 삼성 등으로부터의 뇌물 수수를 공모하는 데 사용된 ‘핫라인’인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또 박 대통령이 2013년 3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정기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로부터 3차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최 씨 단골 성형병원의 김영재(55) 원장으로부터 5차례 필러와 보톡스 등을 시술받는 등 비선 진료 의혹도 사실로 확인했다.

그러나 정작 특검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시술을 받았다’는 등 뒷소문이 무성한 ‘그날의 행적’에 대해서는 파고들지 못했다. 사건 이튿날인 2014년 4월 17일 언론 보도 속 박 대통령 얼굴에 주사 자국은 발견됐지만, 김 원장과 정 교수 등 비선 시술 의료진을 상대로 행적을 확인한 결과 당일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가 모두 성립했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박 특검은 출범 직후 언론 등에서 불거진 박 대통령의 유사 종교 의혹에 대해서도 “자세히 볼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수사가 불가능함을 시인했다. 특검은 또 최 씨 일가의 부동산·금융 등 재산이 총 273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은 밝혀냈으나, 부정축재 여부 등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사생활 등을 이유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