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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 手記 공모’ 최우수상, 이일석 군

이일석(14·사진) 군은 10세 어린 나이였던 2013년 무작정 ‘어머니를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두 차례나 탈북을 시도한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 첫 시도 때는 국경 경비대에게 붙잡혀 죽을 뻔한 위기도 겪었다. 수용소에서 풀려난 뒤 다시 목숨을 걸고 홀로 탈북해 중국, 라오스, 태국을 지나는 6개월간의 긴 여정 끝에 이 군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를 만난 기쁨도 잠시, 이 군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란 녹록지 않았다. 북한에서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던 이 군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들이 수학·영어 문제를 척척 풀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이 군은 부러움보다도 ‘따라갈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주위의 편견과도 매일 싸워야 했다. 남들과 다른 말투에 ‘탈북자’란 꼬리표는 어디를 가든 이 군을 따라다녔다.

결국 이 군은 입학한 지 며칠 만에 “엄마, 우리 다시 북한 가자. 친구들과 할머니도 보고 싶어. 여기엔 친구도 없고 선생님 말씀도 알아들을 수 없어 힘드니까 제발 돌아가자”며 울고 매달렸다. 이 군의 어머니 주선화(42·가명) 씨는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위로는 ‘참고 견디라’는 말뿐이었다”고 회상했다.

학교생활을 힘겨워하던 이 군은 우연한 기회에 ‘축구’를 접하면서 삶의 희망을 찾게 됐다. 이 군은 운동장에서 뛸 때만큼은 자신이 탈북자라는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이 군의 달리기 실력을 눈여겨본 체육 교사가 “달리면서 공도 같이 차보라”고 권했다. 이 군은 북한에서 축구공을 본 적조차 없었지만, 곧 축구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5학년 때인 2015년 지방자치단체 주최 초등학생 축구대회에 참가해 준우승도 차지했다. 이 군은 “엄마, 나 트로피 땄어”라고 외치며 자신이 한국 땅에서 처음 이룬 값진 성과에 뛸 듯이 기뻐했다.

축구를 통해 한국 생활의 의미를 발견한 이 군은 ‘한양 유소년 FC’를 거쳐 현재는 서울의 한 중학교 축구부에 장학생으로 발탁돼 미래의 프로 선수를 꿈꾸고 있다. 이 군은 “언젠가 훌륭한 축구선수가 돼서 돈이 없어 축구를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가르쳐주는 게 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 주 씨는 최근 자신과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로 한국공항공사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주최한 ‘제6회 전국 다문화 및 새터민 가정 생활수기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탔다. 주 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탈북민들의 한국 생활에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