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 관련 권한쟁의심판청구 사건 공개변론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남시 제공

- 이재명 성남시장 (上)

청년배당·무상교복·산후지원
복지부 제지에 소송으로 맞서
교부금 삭감엔 단식으로 항의

시의회와 갈등끝 준예산 사태
시의원에게 가처분·형사고발
의결 조례안 재의요구도 빈번
“포용·협치 능력 필요해” 지적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상반된 리더십 평가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시장은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대권에 도전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유력 후보로 손꼽힌다.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하는 그의 지지율은 현재 1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현 정부의 실정이 드러날 때마다 정곡을 찌르는 명쾌한 언사는 듣는 이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 대중은 그에게 ‘사이다’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반대로 상대 진영에 있는 여권 인사와 지지자들에게 그의 언행은 격한 반발과 경계심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처럼 이 시장에 대한 세인의 평가는 양 극단을 오간다.

◇투사(鬪士) 성향 강한 리더십 ‘양날의 검’ = 이 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6년여 동안 시정을 이끌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성남시의 캐치프레이즈인 ‘대한민국은 못해도 성남은 합니다’란 말로 귀결된다. 결심한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국가 기관과 갈등을 수반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면모는 시정 현장 곳곳에서 드러난 바 있다.

가장 단적인 사례는 이 시장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청년배당·무상교복·산후조리 지원 등 ‘3대 무상복지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의 법적 갈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경우 중앙 정부와 협의토록 한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에 성남시가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 경기도와 함께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이 사업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했다. 이에 성남시는 헌법재판소에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장은 공개변론 자리에서 정부에 대해 “지자체의 재정과 권한을 빼앗아 살아있되 죽은 ‘좀비 지자체’로 만들려고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시장은 또 지난해 5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이 추진되면서 조정교부금 삭감이 불가피해지자 광화문 앞에서 11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재정 타격이 예상됐던 경기도 내 6개 시·군이 일제히 정부에 항의했지만, 장기 단식에 나선 이는 그가 유일하다. 이 시장은 국면마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공언하거나 시내 관공서에 플래카드를 내걸어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키웠다.

지난 2013년에는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간 ‘육탄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가 허가 없이 설치된 LH 사옥 울타리를 강제 철거하려 하자 LH 직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양측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시장은 당시 한 방송에 출연해 “불법행위에 대한 민원이 있어서 단속을 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당시 재개발 구역 내 순환 이주형 아파트의 일반 임대아파트 전환 분양을 놓고 두 기관 사이에 빚어졌던 과거 갈등이 불씨가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의회 갈등도 적잖아, “협치 능력” 관건 = 갈등을 불사하는 이 시장의 투사형 리더십은 시의회와의 관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민선 5기에는 의회와의 갈등이 잦았다. 2013년에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시장은 이후 다수당의 집단 등원 거부로 비롯된 시정 마비 사태를 막겠다며 새누리당 대표단 3명을 상대로 수원지법에 ‘본회의 보이콧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또한 철거민과의 몸싸움이 담긴 동영상을 교묘히 편집해 공개 방영했다는 이유로 시의원을 형사 고발한 적도 있다. 모두 나중에 취하했지만, 상대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같은 당에서조차 “냉혹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관근 시의회 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관계가 많이 개선됐지만, 이 시장 초선 때는 의회와의 관계가 많이 경직됐던 게 사실”이라며 “법적 기준과 논리를 갖고 강하게 나오다 보니 타협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시장 재임 이래 시의회가 의결한 조례안 등에 대해 시 등이 재의를 요구한 사례도 빈번했다. 민선 5·6기 들어 시의회에 상정된 재의 요구안은 15건으로, 앞서 민선 1∼4기 동안 0∼1번의 재의요구가 있었던 것과 비교해 대폭 늘어났다. 이 시장의 공약과 연관된 ‘성남시민순찰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의 경우 두 차례나 재의 요구안이 상정됐다. 이재호 시의회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의회가 심의 의결한 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도 빈번했고, 소송도 적지 않아 의회 정치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고 지적했다.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보다 국회는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하고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원만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협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남=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