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생긴 일입니다. 당시 32살의 10년 차 프로였던 마크 윌슨(미국)은 우승 한번 못하고 111번째로 출전한 대회였습니다. 2라운드 경기 초반 윌슨의 캐디가 동반자에게 클럽 선택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자신의 실수도 아니었고, 그냥 못 들은 척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윌슨은 경기 후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면서 자진해서 캐디의 실수를 경기위원회에 신고하면서 2벌타를 받았습니다. 윌슨은 이로 인해 4라운드에서 무려 5명과 연장전 승부에 나가야 했습니다. 일몰로 인해 다음날로 이어진 연장 승부 끝에 첫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윌슨은 인터뷰에서 만약 스스로를 속이고 쉽게 우승했다면 아마 장식장 안에 있는 우승컵을 떳떳하게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스페인의 7살짜리 소년 골퍼가 어린이 골프대회에 나가 우승컵을 들고 집에 돌아갔다가, 자신이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년은 로열안달루시아골프협회(RAGF)에 편지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돌려줬습니다. 소년은 “실수로 타수를 잘못 기록하는 건 실격의 이유가 된다고 배웠다”며 “우승컵은 받을 자격이 있는 다른 선수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양심 고백을 했고 RAGF는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진정한 신사임을 입증한 이 선수의 아름다운 행동을 받아들인다”며 화답했습니다.

골프는 이처럼 스스로에게 심판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이런 높은 스포츠 정신으로 발전된 것입니다. 골프 규칙은 1744년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전신이던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동호회에서 처음 만들었습니다. 당시 에든버러 인근 로슬린 영주였던 싱클레어 경이 동호회 회장을 3번째 역임하면서 유행처럼 번져 규칙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자 13개 조항을 명문화해 현재 골프규칙의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규칙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한 사항이나 허용 사항을 규정하기가 불가능해지자 규칙에 없는 사항은 ‘형평의 이념’에 따라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차선의 선택이 오히려 인간의 양심과 결합하면서 위대한 정신으로 발전하고 신사도를 갖춘 스포츠로 발전하게 된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세계골프 규칙을 제정하는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골프규칙 제정 273년 만에 ‘혁명적’으로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근대화 시대에 만들어진 골프규칙을 스피드를 요구하는 현대화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도 높은 수준의 행동 규범에 대한 요구 및 플레이어의 진실성에 대한 믿음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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