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은 대한민국의 출발점이다. 일제 강점에 맞서 우리 민족은 98년 전 3월 1일 계층과 신분을 초월해 태극기를 흔들며 평화적 만세운동을 펼쳤고, 전 세계에 자주독립국임을 선언했다. 상해 임시정부도 수립됐다. 그리고 전쟁과 분단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런 자랑스러움으로 국경일을 맞이해야 하지만 올해는 대통령 탄핵을 놓고 두 동강 난 민심이 대(大)충돌하는 날이 되고 있다. 참담한 일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8일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수사 기간 연장이 불발되면서 그 책임은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도 27일 최종 변론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이후 5만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고, 20차례에 걸친 증인신문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제 3월 10일 또는 13일 역사적인 결정만 남았다.

그러나 탄핵 찬반 대립은 더 첨예화하고 있다. ‘박사모’와 기독교·안보 단체 등은 1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기준으로 종로, 숭례문, 서울역 등지에서 ‘태극기 집회’를 예고했다. 처음으로 청와대 방면 행진을 계획하는 등 그동안 촛불 집회 장소로 이용됐던 광화문 광장으로 진출한다. 촛불 집회도 같은 장소에서 예정돼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차벽이나 병력으로 양측을 격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보수단체들이 철거를 요구해온 ‘세월호 천막’도 집회 장소에 있다. 지난 주말 양측 집회에서 횃불과 방망이, 낫이 등장하고 휘발유 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발견됐다고 한다. 사소한 충돌이 엄청난 불상사를 부를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3·1절에 국론이 갈라지는 것도 안타까운데, 일부 정치권은 지지세력 선동에 나섰다. 대선 주자들은 1일 집회의 자제를 요청하고, 무엇보다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국민에게 헌재 결정과 검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고 승복할 것을 호소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