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통령이 나선 기업 유치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을 자국 내로 유치하기 위한 각 국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7월 15일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린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공장 기공식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⑥ 기업 등 떠미는 한국 <끝>

글로벌기업 본사 이전 러시… 법인세 낮은 加·네덜란드로
“기업은 수익 쫓아가는 동물… 옥죄기만 하면 누가 남겠나”

세계 각국 기업들은 세금이나 규제, 임금이 낮은 곳이라면 공장은 물론 본사까지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을 망설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가 지속되면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 무산은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로 일자리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세계 각국 기업들이 더 나은 경영환경을 찾아서 본사와 공장을 옮기고 있는 상황을 보도했다. 영국에 본사나 공장을 둔 기업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영국을 떠나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는 지난 2014년에 런던으로 옮겼던 세법상 본사를 EU 역내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소르는 3년 전 이탈리아 국민의 비판에도 주주 85%의 압도적 찬성으로 등기상 주소는 네덜란드로, 세법상 주소는 영국으로 이전했었다. 등기상 주소를 네덜란드로 이전한 것은 네덜란드가 기업 경영권 보호에 유리한 법적 환경을 갖췄고, 세법상 주소를 영국으로 옮긴 것은 당시 영국 법인세(21.0%)가 이탈리아(27.5%)보다 낮았던 탓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통신업체 보다폰도 EU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보다폰은 연 매출이 400억 파운드(약 56조8000억 원)가 넘는 세계 2위 통신사로 영국에서 1만3000명을 고용 중이다. HSBC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UBS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핵심 사업 이전과 직원 감축을 추진 중이다.

미국 기업들은 그동안 높은 법인세(35.0%)를 피하려 인수·합병(M&A) 등을 이용해 본사를 세금이 낮은 외국으로 이전했다. 미국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 중 하나인 버거킹은 2014년 캐나다 커피 전문점인 팀호튼과 M&A를 하면서 본사를 법인세가 낮은 캐나다(15.0%)로 옮겼다. 미국 제약 회사 밀란은 2014년 네덜란드 제약사 애벗래버러토리즈의 해외사업부를 인수한 뒤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겼다. 네덜란드는 법인세(25.0%)가 미국보다 낮고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독점적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재단 설립을 허용(스티흐팅 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또 다른 제약 회사 액타비스는 2013년 아일랜드 제약회사 워너칠콧과 M&A를 통해 본사를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12.5%)로 이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35.0%→15.0%)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기업의 탈(脫)미국을 막기 위해서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약속에도 일부 기업은 정책 시행 의구심과 저렴한 노동력을 이유로 공장이전을 강행 중이다. 산업 자제업체 렉스노드와 주방용품업체 매니투웍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류에도 생산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권은 기업이란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아니라 수익을 찾아 움직이는 동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 옥죄기 정책에만 매달리면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은커녕 국내 기업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