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100회 맞은 MBC ‘복면가왕’…성공요인 분석해보니

아이돌·배우·개그맨·셰프…
예상 뒤집은 참가자들 배치
“누굴까?” 궁금증 불러 재미
한류 콘텐츠로 해외 수출도

MBC ‘일밤-복면가왕’(복면가왕·사진)이 100회를 맞았다. 2015년 설 파일럿 예능으로 첫 선을 보인 후 약 2년 만이다. ‘먹방’(먹는 방송)과 ‘육방’(육아 방송)에 치여 음악 예능은 ‘한물 갔다’는 평가 속에서도 ‘복면가왕’은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꾸준히 올리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복면가왕’의 첫번째 성공요인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음악 예능의 시발점은 역시 ‘일밤’에서 선보였던 ‘나는 가수다’. 이후 비슷한 포맷의 예능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며 신선도가 떨어졌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복면가왕’의 강점은 “노래를 빼어나게 부르지 않아도 된다”였다.

대부분 음악 예능이 가창력이 빼어난 몇몇 가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반면 ‘복면가왕’에는 아이돌 가수, 배우, 개그맨, 셰프, 스포츠맨 등이 대거 참여했다. 그들의 목표는 가왕(歌王)이 아니었다. 아이돌 가수들은 “의외로 노래를 잘하네”라는 평가면 족했고, 왕년의 가수와 배우, 스포츠맨은 다시금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는 것만으로 기뻤다.

그들의 노래를 듣는 관객과 시청자들의 큰 기쁨은 ‘추리’였다. 다양한 복면을 쓰고 나온 이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으며 정체를 추측해가는 과정은 꽤 매력적이다.

제작진의 섭외력도 빛을 발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수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를 부른 가수의 정체가 고음 처리가 매끄러운 남자 가수 백청강인 것이 밝혀졌을 때 촬영 현장의 방청객들은 비명을 질렀다. ‘쉬즈 곤’으로 유명한 밀젠코 마티예비치가 한국어를 연습해 3라운드까지 진출한 순간도 ‘복면가왕’의 백미로 꼽힌다. 최근 방송에서는 실제 남매인 악동뮤지션의 이찬혁과 이수현을 1라운드에서 맞붙게 하는 짓궂은 대진을 짰다.

‘복면가왕’은 음악 예능으로서 본령에도 충실하다. 9연승을 거둔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를 비롯해 초창기 ‘복면가왕’의 인기를 이끈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 5연승을 거둔 ‘여전사 캣츠걸’ 차지연 등이 ‘복면가왕’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복면가왕’ 하이라이트 동영상 누적 재생횟수는 27일 오전 9시 기준 3억220만 건이 넘는다. ‘무한도전’(2억4780만 건)을 넘는 수치다. 이흥우 MBC 예능국장은 “음악이라는 소재는 새롭지 않지만 신선한 포맷을 통해 재미를 부여하는데 성공했다”며 “그 결과 ‘복면가왕’의 포맷은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며 한류 콘텐츠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다음 행보를 고민할 때다 ‘복면가왕’의 단단한 포맷은 회가 거듭될 수록 단조로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익숙함보다 무서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MC 김성주가 “정체는 바로∼”를 외칠 때 여전히 시청률이 가장 높지만, 신선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또한 계속 ‘새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존의 감동과 놀라움을 뛰어넘을 만한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이 느끼는 매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