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앞 거리 전경. 23일 국토교통부 전국 표준 공시지가 발표에 따르면 마포구 상수동, 서교동, 동교동 등 상권은 1년 새 18.74%에 달하는 공시지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국 공시지가 변동률 보니

한남동·이태원 商圈 10% ↑
‘강남역 사거리’ 5% 찔끔상승
서귀포시 18.8% ‘껑충’ 1위

땅 가치 입지조건 따라 변화
교통·인구·인프라까지 반영

11·3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연초 주춤했던 서울 시내 아파트값을 강남 3구 재건축 수요가 다시 밀어 올리고 있지만, ‘땅값’은 조금 비켜난 곳을 지목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서교동, 동교동 등으로 묶이는 홍대 상권과 용산구 이태원동, 한남동으로 묶이는 이태원 상권 이야기다. 국토교통부가 23일 발표한 전국 표준 공시지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두 상권의 땅값은 지난 1년 새 각각 18.74%, 10.55%씩 올랐다. 물론, 강남구 역시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5.76%)과 강남역 사거리 인근 상권(5.35%) 위주로 저력을 뽐냈지만 홍대와 이태원만큼의 지가 상승률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권역별로 봤을 때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지방의 역전 현상이 뚜렷했다. 수도권 변동률이 4.40%로 전국 평균 공시지가 상승률(4.94%)보다 낮은 변동률을 보인 가운데 광역시(인천 제외)가 7.12% 상승했고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시·군 지가는 6.02% 상승했다. 특히, 광역시와 시·군 지역 중에서 제주도(18.66%)와 부산(9.17%) 등의 지가 상승이 눈에 띄었다. 제주시의 경우는 지난해 공시지가 발표에서도 19.35% 상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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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주목하는 곳과 공시지가가 오르는 곳에 다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토지의 가치 변화를 반영하는 공시지가가 입지조건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토지의 가치는 주로 입지조건에 따라 변화하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주변 교통과 인구 밀집도, 사회기반시설 등 인프라나 인접 지역의 개발 계획 등 변화가 전부 공시지가에 반영되는 것이다. 즉, 당장 값이 오르는 아파트는 관심도가 높은 강남 3구의 재건축 시장이지만 전반적인 입지조건의 발전 속도는 홍대와 이태원 등 상권 쪽이 훨씬 빨랐다는 얘기다. 또, 제주는 혁신도시·제주헬스케어타운사업·제2공항 신설(서귀포) 등의 입지조건 호재와 인구 증가로 인한 주택 수요 증가 및 건설경기 호조 등이 겹친 탓에 공시지가 상승 폭이 가팔랐다.

시·군·구 단위로는 제주시(18.54%)와 서귀포시(18.81%) 중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서귀포시가 공시지가 상승률 1위, 제주시가 2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는 홍대와 합정동 등 상권을 품은 마포구(12.91%)가 3위, 개발 호재가 겹쳐 있는 부산 해운대구(12.12%)와 연제구(12.09%)가 4위,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입지조건 악화로 공시지가 변동이 거의 없었던 지역도 있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경우 킨텍스와 일산호수공원 등 인근 시설 효과를 받는 곳이었지만 지난해는 지역경제의 침체와 개발사업 부재, 더딘 사업 진척의 영향으로 0.47% 상승에 그쳤다. 고양시 덕양구 역시 중심지역 노후화로 기존 시가지와 농경지의 지가가 하락하면서 0.77% 올랐다. 경기 양주시(0.99%)는 산업단지 분양이 저조한 영향을 받았고, 인천 동구(1.01%)는 원도심 지역의 인구 정체 및 노령화, 기반시설 미비 등의 여파가 컸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1.10%)는 노후화된 구시가지 등 문제가 공시지가의 발목을 붙잡았다.

전문가들은 연 1회 발표되는 전국 표준 공시지가가 부동산 시세 변동보다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한눈에 드러내는 지표인 만큼 토지 자체뿐만 아니라 주택과 상가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수요자들 역시 분양이나 매매 거래 시 매물 선택에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토지와 건물로 부동산이 구성되는데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발생해 가치가 떨어지지만 토지는 입지조건이 좋으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시지가가 많이 오를수록 인구가 더 밀집하거나 제반 인프라가 좋아지는 ‘성장 지역’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빠르든 늦든 해당 지역 부동산에도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입지조건의 변화 추세는 특성상 1∼2년 사이에 갑자기 바뀌지 않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피면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