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폐쇄·추방 움직임도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암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북한대사관 직원을 지목하는 등 사실상 북한 정권이 배후에 있음을 시사하면서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북한 측이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는 중상모략이며 모두 날조된 것이라고 비난하자 말레이시아 정부도 북한을 ‘깡패국가’로 지칭, 대사 추방을 검토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24일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 온라인’에 따르면 세리 나스리 아지즈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23일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깡패국가’(rogue nation)라고 지칭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나스리 장관은 “북한이 계속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의 죽음을 두고 말레이시아의 음모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북한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형사수사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도 속속 북한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다툭 세리 히사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도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 대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는 배경은 북한이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협조는 않은 채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말레이시아와 한국 정부가 결탁해 정치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사건 발생 열흘 만인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말레이시아 측의 부검강행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자 말레이시아 내부에서는 북한 대사를 추방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고위 관계자로 알려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철 북한 대사를 추방하거나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폐쇄하는 대응까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쿠알라룸푸르 =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