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5일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수출선적 부두에서 ‘투싼ix 수소전기차’가 유럽 수출을 위해 줄지어 운반선에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자동차

자타공인 세계선두 주자 평가
2018년 차세대 수소車 출시
2020년부터 대중화 시대로

지난 15일 오후 울산 울주군 삼남면에 위치한 울산역. 서울발 KTX에서 내려 역 앞 택시정류장으로 향하자 택시들 사이로 흰색 바탕에 하늘색과 푸른색 줄무늬가 그려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서 있었다. 택시등(燈)을 지붕에 얹은 채 사람들의 시선을 한데 모은 SUV는 다름 아닌 지난해 12월 울산 지역에서 국내 최초로 운행을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FCEV·이하 수소전기차)’ 택시였다. 현대차는 현재 동아운수 등 울산 지역 택시사업자들과 손잡고 수소전기차 택시 10대를 운행하고 있다.

택시에 올라타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가달라고 말하자 운전사 한재성(53) 씨가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제대로 시동이 걸렸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조용했지만 수소전기차 택시는 이내 역 광장 밖 도로로 미끄러져 나갔다. 한 씨는 “수소전기차 택시 소식을 듣고 일부러 타보는 사람도 있고, 우연히 탔다 수소전기차라는 사실을 알고 인증샷을 찍는 사람도 있다”며 “2개월 동안 울산 시내를 1만㎞가량 운행했는데 아직 차에 문제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택시의 유일한 단점은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실제 울산 지역의 수소충전소는 남구 매암동에 자리 잡은 한 곳뿐이다. 투싼ix 수소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15㎞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하루 한두 차례 충전을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40여 분을 달려 수소전기차 택시에서 내린 곳은 울산 북구 양정동에 위치한 현대차 수출선적 부두였다. 바로 옆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5000여 대의 차로 가득한 부두 한편에 유코카캐리어스 소속 자동차운반선 ‘모닝 체리’호가 정박한 채 차량 선적작업에 한창이었다. 배 안으로 줄지어 들어서는 차들 사이로 번호판 없이 후드(보닛), 지붕을 흰 부직포로 감싼 투싼ix 수소전기차 25대도 섞여 있었다. 현대차 울산5공장 전용 라인에서 생산된 이 수소전기차들은 35∼40일간의 항해를 거쳐 친환경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스위스, 프랑스 등 서유럽 지역으로 향하게 된다.

강기문 현대차 수출선적팀 차장은 “아무래도 서유럽이 친환경차에 대한 인식이 높고 관련 인프라 구축도 잘돼 있어서인지 이곳에서 수출되는 투싼ix 수소전기차 대부분이 유럽 지역으로 나가는 것 같다”며 “갈수록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기에 비해 수출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10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에서 뒤늦게 내연기관차 생산에 뛰어든 후발주자지만 친환경 미래차의 하나인 수소전기차만큼은 자타공인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만든 전기로 달리는 수소전기차는 물 외에는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또 전기차와 달리 충전시간이 3분 내외로 짧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길어 ‘궁극적인 친환경차’로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2013년 글로벌 완성차업계 최초로 투싼ix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수많은 완성차업체들이 수소차 상용화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한 업체는 토요타, 혼다 등 한 손에 꼽을 정도다.

투싼ix 수소전기차는 독자 개발한 100㎾ 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만드는 장치)과 100㎾ 구동모터, 24㎾ 고전압 배터리, 700기압의 수소저장 탱크를 탑재해 최고시속 160㎞의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15㎞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2018년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SUV 형태의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기술의 기반이 되는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를 대거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및 기술 개발로 가격이 낮아지면, 이르면 2020년부터 일반 운전자들도 수소전기차를 구입하는 ‘수소차 대중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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