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윤규 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 졸업식에서 제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윤규 교사 제공

박윤규 서울맹학교 교사

“장애를 가진 제자들이 저마다의 역량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아이들이 자립심을 배워서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윤규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 교사는 2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교사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이 됐으나 장애를 극복하고 노력한 끝에 특수교사가 됐다.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박 교사는 지난 1986년 전북 임실군 오수중학교 특수학급 교사를 시작으로 31년 동안 교직에서 장애 학생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상, 2013년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교에서 ‘눈높이교육상’도 수상했다.

박 교사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무작정 도와주기보다는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사 역시 장애를 갖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교육 철학으로 그는 1988년 발달장애학교인 경남 마산시 경남혜림학교 기숙사 사감으로 근무하면서 학생들에게 목욕과 배변까지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화장실 변기에서 배변하는 법부터 목욕탕에 가서 때 미는 법까지 일일이 가르쳤다”며 “1년간의 교육 끝에 깔끔하게 배변도 처리하고 스스로 목욕도 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과 목욕탕에 가서 때까지 밀어주고 나면 진이 다 빠지지만 마음은 마냥 즐거웠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싶다”고 말했다.

2004년에는 국내 맹학교 중에서 처음으로 서울맹학교의 고등학교 과정에 대학 진학만을 공부하는 ‘인문반’을 설치했다.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박 교사는 “과거에 맹학교는 직업과정과 대학진학과정을 동시에 운영할 뿐, 대학진학만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은 없었다”며 인문반 설치의 의미를 설명했다.

박 교사의 노력으로 제자들은 예전보다 상위권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하게 됐다. 교사 등 전문직 진출 비율도 늘었다. 그는 “교사가 돼서 일반 학생들을 가르치는 제자들도 있다”며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다”고 자랑했다.

학생들에게 자립을 강조하는 박 교사는 자신도 몸이 불편하지만 의지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쓴다. 장애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다리가 불편해도 승용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불편한 다리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다.

주말에는 등산도 자주 간다. 그는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사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평소에도 부지런히 생활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수교사로서 박 교사의 가장 큰 바람은 국내의 특수교육 저변이 더 넓어지는 것이다.

박 교사는 “과거에 비하면 국내 특수교육 환경이 괄목상대할 만한 수준으로 나아졌지만, 더 발전해서 장애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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