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이후 경쟁사의 음해성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의 모습 뒤로 시위대의 피켓과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걸려 있다. 연합뉴스

③ 특검 후폭풍

퀄컴 ‘삼성 특혜설’ 흘리며
과징금 결정 불복 소송 제기
“경쟁사‘음해 본격화’신호탄”
투기펀드‘구조개편 압박’전망

野, 백혈병청문회 밀어붙이기
“反기업 편승 인기몰이”비판도

‘삼성 총수 구속’ 사건의 여파로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를 겨눈 해외 경쟁사들의 전략적 ‘음해’ 행위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는 퀄컴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300억 원의 과징금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삼성 특혜설’을 언론에 흘린 것을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오는 3월 말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를 앞두고 투자 이익 극대화를 노린 해외 투기 펀드도 가세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기류는 확산할 조짐이다.

국내에서는 야권이 이미 일단락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문제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여당 반대에도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등 ‘삼성 때리기’가 사방에서 가열되고 있다.

22일 법원·외신·재계에 따르면 퀄컴 법무책임자인 돈 로젠버그 총괄부사장은 “(한국 공정위가 퀄컴과 관련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건 기업의 영향을 크게 받은 부당한 절차 때문”이라고 블룸버그에 21일 밝혔다. 특히 “우리 사건을 총괄했던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삼성과의 연관성 때문에 수사를 받아, 우리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이날 공교롭게도 서울고법에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계는 퀄컴이 소송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이번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수사를 전략적으로 엮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측은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1조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퀄컴을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제소했는데도 (특검 수사를 틈타)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삼성 총수 구속을 계기로 삼성과 이해 상충 관계에 있는 진영의 삼성 때리기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경쟁사들이 앞으로 삼성전자를 상대로 음해에 잇따라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앞으로 삼성과 한국 경제 전반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발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하고 있어 경쟁사들이 이번 특검수사를 어떤 식으로든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3월 말 열릴 예정인 삼성전자의 주총을 앞두고 엘리엇 등 해외 투기 펀드의 투자 이익 극대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등의 압박이 다시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야권이 단독으로 ‘백혈병 청문회’를 개최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22일 전화통화에서 “다른 당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을 계속 하겠지만, 협의가 끝까지 안 된다면 (오는 28일이 안 되면 3월에라도 단독으로) 청문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 백혈병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작업환경과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사안이지만, 삼성전자는 2015년 7월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1000억 원을 출연해 피해보상을 해왔다. 특히 신청자 160명 중 120명이 보상을 받았고, 보상 대상자 중에는 2명만이 남았다. 나머지는 보상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추가 조사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관범·김병채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