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中 배터리공장 착공 연기
롯데, 中 사드 보복 대처 차질
삼성,엑소르 이사회 참석 난관

재계 “한차례 소환도 않으면서
장기간 출금… 수사 편의주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범 이후 내려진 주요 그룹 총수에 대한 출국금지 때문에 해당 기업의 글로벌 경영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단 한 차례의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으면서 기업 총수를 장기간 출국 금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수사 편의주의’라고 지적한다.

21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으나 올해는 출국금지 조치로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 최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 CEO들은 1월 다보스포럼을 시작으로 유럽, 북미, 중국 등 3개 대륙을 돌며 글로벌 현장 경영 활동을 펼쳤지만, 올해는 발이 묶이면서 ‘안방’에서 애만 태워야 했다. 특히 SK의 글로벌 사업이 곳곳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여서 제동 걸린 현장 경영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예정이던 중국 배터리 공장 착공은 중국 정부의 한국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중단 조치로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로 시급한 글로벌 경영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에 경북 성주군 성주 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부지로 제공한 롯데를 대상으로 다분히 보복으로 추정되는 여러 조치를 취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국방부와 사드부지 맞교환에 합의한 후 중국 롯데 사업장 200여 곳이 일제히 세무·소방·위생조사를 당한 게 대표적 사례다. 굵직한 현안이라 신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하지만 출국 금지로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처지다.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삼성그룹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4월 5일 열리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 이사회 참석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부터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외국 주요 기업 CEO와의 교류가 끊기게 됐다”며 “재계 전반의 신사업 진출과 투자 등에서 겪는 애로가 구체적으로, 더욱 현실화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