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순식간에… 김정남에게 도안 티 흐엉(29·베트남)과 시티 아이샤(25·인도네시아)가 독극물 공격을 가하고 있다. 오른쪽 위쪽 사진을 보면 ‘LOL(티셔츠 문구) 여성’으로 알려진 흐엉(보라색 화살표)과 아이샤(노란색 화살표)가 범행 직후 각각 다른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김정남이 공항경찰에게 독극물 공격 피해를 설명하고 현기증 증세를 호소하는 모습. 후지TV 동영상 캡처

■ 피살 당시 CCTV영상 첫 공개
흐엉이 金 머리 잡고 아이샤가 독극물 공격
北국적 男용의자 4명 공항서 3시간 머물러

말레이, 강철 北대사 초치 항의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기획 총괄조와 암살조, 지원조로 치밀하게 짜인 사전 각본에 따라 불과 2.33초 만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일본의 후지TV와 도쿄방송(TBS)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오전 9시쯤 독극물 공격을 받는 장면이 담긴 전체 5분 분량의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KLIA2) 무인발권기 앞에서 도안 티 흐엉(29·베트남)과 시티 아이샤(25·인도네시아)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 이와 관련, 누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여성 2명이 김정남 얼굴에 액체를 분사했다”고 밝혔다.

영상분석 결과, 흐엉은 뒤에서 김정남의 머리를 잡고, 아이샤가 앞에서 독극물 공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흐엉과 아이샤는 2.33초의 짧은 시간 만에 범행을 끝내고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인을 “독극물 중독”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독극물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공식 부검 결과를 의료진과 법의학자들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주한 북한 국적의 4명 중 오종길(55)은 암살총책, 리재남(57)은 현장총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송학(34)과 리지현(33)은 흐엉과 아이샤가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한 2차 암살조 역할을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 정보 소식통은 “이들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항공기를 탔으며,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17일 북한의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보(中國報)는 “북한 국적 남성 용의자들은 범행 이후 약 세 시간 동안이나 공항 출국장 대기실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7일 검거된 북한 근로자 리정철(47)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리지우(30)와 신원미상의 북한 국적 남성 3명이 암살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 리정철은 1월 말에서 2월 초에 입국한 오종길 등에 대한 거처를 제공하고 운전을 하는 등 잡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북한 측에 ‘수사방해’ 행위를 경고하기 위해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초치했다. 이에 앞서 북한도 지난주 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 시신 부검 강행 등을 이유로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0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이번 사건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이자 테러행위”라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 쿠알라룸푸르=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