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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 지식재산포럼 명예회장

정치의 시대다. 벚꽃 대선일지 장미 대선일지 알 수 없지만 모두의 희망사항이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중 4차 산업혁명이 단골 메뉴다. 그러나 놀랍게도 4차 산업혁명 대응책으로 지적재산권 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후보가 없다. 다보스 포럼의 창시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요건으로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지식재산 제도를 꼽았다. 물건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가 핵심 가치가 되니 강력한 지식재산 보호가 필수라는 것이다. 또 예상 밖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니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유연한 법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여러 부처 간의 협업과 조율이 필수다. 하지만 국정 전반에 걸친 지식재산정책 조율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첫째,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부처 간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

둘째, 공정거래 정책은 독점을 금지하는 정책이고 특허정책은 독점을 허용하는 정책이다. 당연히 두 정책 간에 조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무차별적인 독점 금지 정책만 강조하면 자칫 국내 특허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셋째, 지식재산 분쟁 해결 제도에 대한 과학기술계와 법조계 간의 조율이다. 국내에서는 전문성을 보유한 변리사들이 특허 침해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 변호사가 소송을 지원해 주는 변리사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소송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넷째, 중소기업 정책과 지재권 정책 간의 상호협력이다. 중소기업청은 지재권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해 내실 있는 창업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고 특허청은 지재권 정책 전문성을 가지고는 있으나 중소기업과의 네트워크와 협력체계가 없어 사업의 효과성을 보기 어렵다.

이처럼 국가적인 지식재산 정책 이슈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들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제대로 논의된 바가 없다는 점을 알면 더욱 놀랄 것이다. 청와대와 국무회의에 지식재산 정책에 대한 논의를 주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8년 백악관에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신설하였고, 일본은 총리실 산하에 ‘지식재산전략본부’를 2003년 설치했다. 중국도 국무원 직속인 국가지식산권국을 확대 개편했다. 주요국들은 모두 지식재산 정책에 국가 미래의 명운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통령이라면 지식재산을 알아야 한다. 지식재산이 국무회의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지식재산이 핵심 국정 어젠다가 되고 지재권과 연구·개발(R&D), 사법, 금융, 교육 등 여러 정책 분야 간의 조화와 협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