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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종잡기 힘든 4차 산업혁명으로 친근하게 인도해주는 키워드가 ‘고(GO)’다. 바야흐로 ‘쓰리고’ 시대다. 알파고·포켓몬고·아마존고를 통칭한다. 다 같은 고(GO)는 물론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주체인 알파고에서 고는 바둑을 뜻한다. 증강현실(AR)과 접목한 포켓몬고에서는 잡으러 간다는 고(go)와 위성 위치정보를 이용해 찾아낸다는 지오캐싱(geocaching) 의미가 중첩된다. 아마존고의 고는 아마존이 개발한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곧 ‘그냥 나가세요’라는 뜻의 기술을 지칭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올해부터 정식 매장을 열 아마존고는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논란의 사업이다. 외형은 일반 마트와 다를 것 없지만, 계산대가 없다. 스마트폰의 앱을 켜고 입장한 뒤 생필품·채소·육류 등 사고 싶은 것을 차례로 가방에 넣고 매장을 나서면 끝이다. 물건값은 앱을 통해 자동 결제된다. 쇼핑 중 마음이 바뀌어 다시 꺼내놓으면 그만큼 차감한다. 놀라운 것은 물건에 아무 식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카메라 영상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 센서 등이 결합해 이룬 경지다. 비슷한 기술을 쓰고, 기존 영업 방식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소매 유통업계의 자율주행차’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마존고의 최대 강점은 인건비 절감이다. 미국의 마트당 평균 직원 수가 89명인데, 아마존고는 6명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대량 감원이 뒤따를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마트 등의 계산원이 주로 흑인·히스패닉·이주노동자·여성 등 소수자들이라는 거다. 2002년 나온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예측한 ‘미래의 쇼핑’으로 마이너리티가 최대 피해를 보는 아이러니다. 각계 우려가 쏟아지자 2020년까지 2000개 매장을 내겠다던 아마존은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무인(無人) 점포 실험은 일본에서도 진행 중이다. 전자회사 파나소닉과 편의점 체인 로손이 함께 개발한 ‘레지로보’는 직원 도움 없이 계산부터 포장까지 가능하다. 다만, 바코드 리더가 부착된 장바구니를 들고 직접 입력해야 하는 점이 아마존고와 차이가 있다. 직원을 완전히 없애진 않기로 한 것은 확실히 다른 점이다. 일본에선 쇼핑 말고도 사람의 ‘체온’을 원하는 고객이 많아서다. 한국 편의점도 퇴근 직장인에게 위로의 공간이 된 지 오래다. 첨단 무인 마트에 박수만 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