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약 4시간 동안 펼쳐진 제59회 그래미 어워즈. 이역만리에서 벌어진 이벤트에 전 세계가 들썩거린다. 그들이 세계 팝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니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이 시상식이 보여주는 파격과 감동, 위로와 메시지, 그리고 논란의 규모가 ‘남’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 수상소감, 얼마나 더 진화할까 = 국내서도 시상식 때마다 화제성 발언이나 퍼포먼스가 나온다. 유재석은 “내년에는 대한민국과 모든 국민이 꽃길을 걷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며 개념발언을 했고, 조승우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노래 한 소절로 시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더 세고, 센스 있는 수상소감이 그래미에서 나와 버렸다. 아델이 트로피를 반으로 쪼개 비욘세에게 바쳤다. “내 인생의 아티스트는 비욘세다.” 비욘세 대세론을 뚫고, 그래미 5개 부문(대상 격인 ‘올해의 앨범’까지 차지했다)을 석권한 아델은 용감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심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동시에 비욘세에게 찬사를 보냈다. 국내 스타들 점점 더 머리 아파지겠다.

# 여전히, 그래미는 너무 하얗다 = 비욘세는 또 올해의 앨범상을 놓쳤다. 벌써 세 번째다. 공교롭게도 앞서 그녀에게 패배를 안긴 건 벡과 테일러 스위프트로 모두 백인. 당연하다. 그래미는 2008년 허비 행콕 이후 흑인 뮤지션에게 가장 권위 있는 이 상을 안긴 적이 없으니까. 더군다나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얻은 비욘세의 ‘레모네이드’앨범은 일찌감치 올해의 앨범으로, 최고의 흥행 성적을 쓴 아델의 ‘헬로’는 올해의 노래로 점쳐졌던 터라, 그래미는 이번에도 인종차별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큰 상’ 5개가 아델에게 몰리고, 9개 부문 후보였던 비욘세가 다소 비중이 떨어지는 베스트 뮤직비디오와 베스트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상 2개만을 받자, 음악 팬들은 SNS에서 #GrammysSoWhite(그래미는 너무 하얗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비난하고 있다.

# 패션, 때로는 재앙이다 = ‘미래 지향적인 자유의 여신.’ 만삭의 배가 드러나는 금빛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 비욘세를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묘사했다. 메탈리카와 함께 공연한 레이디 가가도 가슴을 반쯤 드러낸 아찔한 패션을 선보여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록 듀오 트웬티원파일러츠도 수상이 결정되자 바지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타이밍 좋은 파격은 기쁨. 그러나 조이 빌라의 ‘트럼프 패션’은 워스트가 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선거 슬로건이 쓰인 드레스는 축제의 흥을 깼다. 네티즌들은 “재앙”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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