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올려 예산 짜내기보다
세제 합리화로 일자리 늘려야
M&A 행정·금융지원도 필요

한국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 빠지자 정부도 이의 심각성을 인정, 올해 세제개편안에 창업, 고용 관련 세제 혜택을 예년에 비해 늘린다고 발표했다. 창업성공패키지 신규 도입을 통한 청년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 폭 확대, 청년 정규직 근로자 추가 채용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부여,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시 세액공제액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세제 혜택으로 고용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을까.

13일 정부부처, 관련 기업에 따르면, 세제 혜택을 통한 고용 증진은 매년 세제개편안에 포함됐고 간접 유인책이란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고용 창출 효과는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0년 8월에 내놓은 일자리 창출 관련 세제개편안은 과거 투자 금액 중심의 세제 지원에서 전환해 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를 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도입, 고용유발효과 중점 기업 지원 강화, 국내 유턴(U-Turn)기업 세액 감면 등 나름 굵직한 지원책을 보완, 제시했다. 그러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시간이 흐르며 세제개편안이 세원확충, 추가 징수를 위해 오락가락 바뀌면서 법인, 기업 혜택 범위가 답보상태에 빠졌다. 유턴 정책도 2012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은 곳은 43개에 그치면서 유인 효과에 대한 의문만 제기된 상황이다.

보다 2차 간접지원에 해당하는 제도로는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 지정제도’가 있지만 이에 대한 혜택은 근로감독 3년 면제, 중소기업 신용평가 및 정책 자금 우대 정도이다. 다시 이 제도를 충족했거나 상시근로자를 전년 대비 2∼7%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낸 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 세정지원을 하고 있는데 대가는 법인세 정기세무조사 유예 혜택이다. 이 역시 2015년의 경우 7340개 기업이 신청했지만 돌아온 조사유예 건수는 불과 1.15%인 84건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치권은 기회만 되면 법인세율 인상카드를 꺼내 들어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자본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다.

‘법인세를 올려 일자리 예산을 짜내기보다 법인세제의 합리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기업은 물론, 청년·벤처기업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과감한 세제 혜택과 인수·합병(M&A), 금융지원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