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난달 12일에 이어, 한 달 만에 재(再)소환해 조사 중이다. 당시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 이유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박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 시점으로 볼 때 시간의 선후가 뒤바뀌어 대가 관계가 분명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의 초점은 양사 합병 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필요한 삼성SDI의 통합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를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줌으로써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삼성은 당시 법무법인 2곳에 문의해 합병은 순환출자가 단순화되는 것이므로 주식을 그대로 보유해도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자발적으로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 ‘신규 순환출자금지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식을 처분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누구든 불법을 저질렀으면 처벌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 검찰권 행사도 당연하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을 책임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특검이 ‘국정농단’과 직접 관련된 획기적 사실을 밝혀냈는지, 사실상 별건 사안이나 정황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인지 당장 알기는 어렵다. 어느 경우든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처리하기 위해 이 부회장 혐의를 꿰맞추려는 식은 안 된다. 특히 ‘대통령 탄핵’이 ‘대기업 처벌’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변질된 ‘촛불’에 휘둘려선 안 된다. 지난 주말 촛불 집회에서는 벌써 ‘이재용 구속’ 주장이 넘쳤다. 유전무죄(有錢無罪)와 마찬가지로 유전유죄(有錢有罪)도 법치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