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또 소환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첫 소환 조사 이후 32일 만이며 같은 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25일 만이다. 곽성호 기자 tray92@

이재용 ‘뇌물공여’ 혐의 재소환 … 특검 vs 삼성 ‘3大쟁점’ 공방

① SDI 주식 매각 축소 의혹… “어떠한 특혜도 받은 적 없다”
②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로비?… “금융위에 물어본 적도 없다”
③ 합병 대가로 정유라 지원?… “국정농단사태 뒤 지원 없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3주간 집중 수사에서 추가 확인한 혐의 등을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승계 전반에 도움을 줬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으로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또 한 번 기각되면, 수사 동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것이 불가피해지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 최종 ‘타깃’인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완성하기 위해 작심하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재계 관계자는 “수사가 막히자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먼지떨기 식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순환출자 해소 특혜 있었나 =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삼성은 특검의 입장을 강하게 반박하며 맞서고 있어 향후 법리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이날 이 부회장을 상대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새로 확보한 수첩 39권의 내용 등을 바탕으로 새롭게 포착한 크게 3가지의 범죄 혐의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정부 차원에서 삼성에 대한 순환출자 해소 특혜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두 회사 합병으로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6개월 내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위원장 결재까지 마치는 등 내부 결론을 내렸는데, 특검팀은 ‘청와대 지시’로 처분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공정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 같은 청와대의 지시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최상목(54) 당시 경제금융비서관(현 기획재정부 1차관)―공정위 관계자’의 흐름으로 내려온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삼성은 합병이 종결된 2015년 9월에 ‘공정위의 요청’에 따라 순환출자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 보냈고, 당시 로펌 등에 문의한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순환출자가 단순화되는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과정 등도 ‘특혜 논란’ = 특검팀은 또 지난해 청와대 지시로 공정위 및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입법 과정에 삼성의 청탁이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금융사 비중이 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유리한 제도로,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해 초 당국에 금융지주회사법과 관련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는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했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에 관해서는 물어본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또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등에서 한국거래소나 금융위가 삼성 측에 특혜를 준 의혹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은 이 의혹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하라고 지속적으로 권유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유라 ‘우회 지원’도 수사 쟁점 =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삼성이 최 씨 딸 정유라(21) 씨에게 30억 원가량 하는 블라디미르(명마)를 사주는 등 우회 지원한 정황도 집중 추궁했다. 삼성이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를 통해 최 씨 모녀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 중개상인 덴마크 국가대표 출신 승마코치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을 통해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서도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에 대한 언급 외에 최순실, 정유라 등 특정인을 거론해 지원을 요청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강변했다.

손기은·김리안·이관범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