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정미(가운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제12차 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 법조계 전문가 제언

“정치인 의견표명 가능하지만
과도한 개입땐 갈등확대 우려”

“헌법질서 수호-방어권 보장
헌재는 균형 맞추려고 노력”

“재판관 못믿으면 정당성 상실
결정이후 혼란 최소화 필요”

헌법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가 극심한 갈등의 한가운데 있는 상황에서 대체로 균형을 잘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국회나 탄핵 대상이 된 박근혜 대통령 측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헌재가 정치권 등 외압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탄핵 이후 ‘후폭풍’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헌재는 대체로 긍정 평가 = 송기호 변호사는 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 질서의 수호라는 헌재 심판의 중요한 가치를 생각한 신속성과 중대한 사항에 대한 방어권 보장이라는 적절한 절차 등 두 가지 중요한 법익, 원칙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나름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도 “헌재로서는 지금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에 헌법과 법치주의에 따른 판단을 주문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들이 과연 이 사건에서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만큼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가의 관점에서 냉정하고 공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헌법 이념에 충실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단, 신 교수는 “현재 75%의 국민이 탄핵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결국 국민 다수를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리에 따라, 소신과 주관에 따라 법적 판단을 하는 곳”이라며 “헌법재판관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헌법의 정당성 자체가 상실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법관·헌법재판관 등을 지낸 원로 법조인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절차와 내용에 관한 의견을 담은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정기승 전 대법관, 이시윤·김문희 전 헌법재판관 등 원로 법조인 9명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부터 헌재의 심판 진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법관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는 아무런 증거조사 절차나 선례 수집 과정 없이 신문기사·심증만으로 탄핵을 의결했다”며 “특히 탄핵 논의 과정에서 세월호 부분에 대해 상당수 의원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탄핵 사유들을) 일괄 표결한 것은 중대한 적법절차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외압은 안돼 = 정치권 등 헌재 외부에서 헌재 결정을 압박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이들은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 등이 헌재 결정에 대한 의사 표현을 하고 탄핵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치권도 기본적인 의견 표명을 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언제까지 결정을 내리라거나 특정 결론을 내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안 된다고 충고한다. 노영희 변호사는 “탄핵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나 너무 과열된 상태”라며 “정치인들이 성명을 내거나 하는 것은 자칫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이 더 몰입하고 확대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헌법재판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지적하고 압박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 석좌교수는 “대선후보들이 헌재를 굴복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권형둔 공주대 법대 교수는 “헌법재판관들이 이 같은 여론에 휘둘리거나 좌우된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갈등 최소화 방향 찾아야” = 헌재 결정이 내려진 뒤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는 조언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체계상 헌재가 결정하면 불복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헌재 결정은 최종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갈등을 지양하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치 세력들은 역사 앞에, 또 국민 앞에 겸허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며 “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진실을 명백히 규명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악순환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후폭풍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최순실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병기·이후연·김현아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