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 4일 다탄두개별유도(多彈頭個別誘道·MIRV)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핵탄두 10발을 장착할 수 있는 MIRV를 탑재한 둥펑(東風)-5C를 시험발사했다는 미국 언론 매체의 보도를 중국 국방부가 확인해 준 것이다. 이번 중국의 시인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4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한국·일본 방문을 겨냥, 핵(核)을 포함한 군비경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거리 1만4000㎞로 알려진 둥펑-41을 헤이룽장성에 배치한 사실을 지난달 밝혔으며, 이미 실전 배치한 항공모함 랴오닝호(號)에 이어 제2항모 산둥호를 건조 중이다.

이에 맞선 일본의 군비 확장도 만만찮다. 방위비가 2012년 4조1738억 엔에서 5조1251억 엔으로 증가했다. 5년 사이에 1조 엔가량 증액된 것이다. 이번 일본 방문 중 매티스 장관은 이러한 일본의 방위비 증가를 ‘올바른 노선’이라며 적극 지지를 표명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북한·중국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방어 체계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주일미군 조기경보기 편대에 최신예 E-2D 조기경보기 어드밴스드 호크아이스 5대가 배치됐으며, 미·일 공동 개발 차세대 요격미사일 SM3 블록 2A의 첫 해상 시험 발사가 4일 하와이 해역에서 진행됐다.

이같이 동북아 군비경쟁, 특히 탄도미사일과 미사일방어체계 개발·배치가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사드 문제 하나 제대로 완결짓지 못하고 있다. 롯데상사는 지난 3일 이사회에서 성주골프장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결정될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었다. 롯데 측은 몇 차례 이사회를 더 열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퇴진운동’이 사드 한국 배치를 ‘박근혜 정부 최대의 적폐’로 규정했으며, 야당의 주요 대선 주자들이 사드 배치 반대 혹은 재검토 입장을 보이는 등 안보(安保)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있다. 최소한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은커녕 한·미 동맹의 위기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