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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佛·獨 등에 저작권 수출
美 서평지 “불가해한 北 다뤄”

‘북한의 솔제니친’으로 불리는 북한 작가 반디의 작품 ‘고발(The Accusation)’이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고발’은 철저하게 통제된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흔치 않은 작품인 데다 북한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쓴 뒤 외부 세계로 유출해 출간했다는 드라마틱한 상황까지 결합했기 때문이다.

‘고발’은 ‘서구에서 출간된 휴머니즘적 시각에서 쓰인 첫 북한 내부 작가의 작품’이라는 역사적 평가까지 받으며 현재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18개 언어, 20개국에 저작권이 수출됐다.

지난해 3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번역판이 나왔을 당시에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지만 이 비밀스러운 작품에 대한 세계 시장의 반응은 3월 초에 잇따라 출간되는 영국판과 미국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3월 2일 영국의 서펀츠 테일(Serpent’s Tail)에서 256쪽 하드 커버로 선보인 뒤 7일 미국의 그로브 프레스(Grove Press)에서 288쪽짜리 하드 커버로 나온다. 영어판 번역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유명한 데버러 스미스가 맡았다.

유려한 번역으로 정평이 난 스미스 번역본은 이미 지난달 영국의 ‘펜 번역 어워드(Pen Translation Award)’로 선정돼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미국 도서관 협회의 서평지 ‘북 리스트’는 최근 “데버러 스미스가 반디의 체제 전복적인 작품을 품위 있게 옮겼다”고 평가했다.

현지 출간을 앞두고 미국 서평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불가해한 북한의 삶을 다룬 매우 드문 작품’으로, ‘커커스 리뷰’는 “김씨 세습 왕조에 대한 필사적 비판이며 중요한 목격자 증언”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도 “폐쇄된 일당 독재 사회를 생생하게 묘사한 매우 감동적이고 놀라운 픽션” “휴머니즘에 대한 희망을 시험한 작품”으로 소개했다. 아마존 독자들의 기대 평점도 별점 5점 만점에 평균 4점에 이를 정도로 높다. 실제로 영미권에 한국 문학을 소개해온 이 작품의 저작권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는 지난해 말 올해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품으로 ‘고발’을 꼽기도 했다.

지트워는 최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서구에서 ‘고발’이 출간되는 것은 사상과 창작의 자유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북한 지도자가 주민들을 기계처럼 만들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유로운 생각, 예술적 노력, 자유로운 창작 정신을 파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재불 번역가 임영희 씨 번역으로 프랑스 필립 피키에에서 출간됐을 당시에도 ‘고발’은 르 피가로, 리베라시옹 등에서 톱 기사로 소개되며 화제몰이를 했다. 프랑스어판의 후기를 쓴 인권 운동가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 사회역사연구소장은 “구소련 시절 작가였던 알렉산드로 지노비예프 특유의 블랙 유머로 현실을 비판했던 작품 ‘밝은 미래’를 연상케 한다”며 반디를 ‘북한의 솔제니친’이라고 명명했다. 다만 앵테르 방송은 “솔제니친의 글쓰기 능력만큼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느끼게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반디’의 저작권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 에이전시 케이엘 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우선 ‘화제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작품을 읽어보면 화제성을 뛰어넘는 문학적 가치를 만날 수 있다”며 “이 작품이 세계 문학 시장에서 보다 다양한 문학의 하나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