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설 연휴가 이미 끝난 한국과 달리 2일 중국은 아직도 춘제(春節·음력 설) 연휴 기간이다. 베이징(北京)에서 설을 지낸다는 것은 세계 최악의 교통체증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택시조차 보기 어려우며, 상점들이 문을 닫는 것, 특히 그 많던 사람들이 사라지는 걸 보는 경험이다. 새해 복을 기원하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묘회(廟會)가 열리는 시내 중심의 공원이나 주요 관광지에 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더하자면 올해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년 같으면 잠을 이룰 수도 없고, TV를 틀어도 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밤이건 낮이건 폭죽 소리가 울리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설을 지내고 가족들이 모이기 위해 ‘민족 대이동’이 이뤄진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풍속과 분위기는 다른 점들이 꽤 있다. 중국은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고 낮에 성묘를 간다. 설 전날 하루 종일 설 아침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만드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녠예판(年夜飯)이라고 설 전날 저녁을 풍성하게 차려 설이 되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먹고 마시기를 계속한다. 친척과 어른들을 찾아 새해 인사를 하고 아이들에게 세뱃돈인 훙바오(紅包)를 준다.

휴일도 길어서 법정 휴일은 7일이지만 회사마다 미리부터 쉬거나 늦게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설 사흘 전 “이미 고향에 와 있다”고 한 지인은 아직도 베이징에 돌아오지 않았다. 3일 연휴 뒤 바로 일상에 복귀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춘제 연휴를 전후해 보름 이상은 어떤 일도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는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며느리들의 일이 많지만 중국은 느슨하다는 것도 차이다. 제사가 없으니 집안 분위기와 지역에 따라 해 먹는 음식이 다르고 반드시 시댁에 가라는 법도 없다. 정월 초이틀에는 친정에 가는 풍속도 명 태조 때부터 유래가 있을 정도다.

특히 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부부들은 대부분 외동 자녀이기 때문에 양가 부모 댁에 모두 찾아가거나 번갈아 가는 경우가 많다. 시댁이 산둥(山東)성, 친정이 후난(湖南)성에 있는 결혼 5년 차 친구는 “결혼 초 2년은 시댁에, 지난해는 미국 여행을 갔고 이번에는 남편과 친정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 가족이 집에서 자오즈(餃子)를 빚고 음식을 해 먹는 것은 북방 풍속”이라며 “내 고향인 남방은 춘제가 되면 시내의 대형 식당들 예약이 꽉 찬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다. 학생에게는 대학 얘기, 대학 가면 연애·취업 얘기, 취업하면 결혼 얘기, 결혼하면 자녀 계획을 묻는 것은 비슷하다. 중국 매체들은 이 때문에 중국 대도시의 미혼 젊은이들은 춘제 기간에 해외여행을 더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