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일자리 없나… 24일 서울의 한 대학 학생회관에 있는 ‘잡 카페’에서 학생들이 취업 게시판의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⑤ 실효성 없는 기업유턴정책

복잡한 행정 절차 - 부실 지원
바로 흑자 못 내면 ‘대출 불가’
돌아오려 결심한 기업 등돌려

고비용 인건비도 경쟁력 저해
수도권 등에 입지마련도 중요

정부가 기업 ‘유턴(U-Turn)정책’을 추진한 지 3년이 지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 해당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올해부터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유턴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충분한 유인책이 되긴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미 유턴을 실행한 중소·중견기업들 역시 각종 대출규제, 복잡한 행정처리, 고비용 인건비 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기 “경영자금 대출도 안 돼” =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중소·중견기업들의 공통된 비판은 “복잡한 행정 절차, 부실한 세부 지원 및 사후 관리로 인해 정착에 시간이 걸리는데 당장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왔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다름 아닌 자금 융자. 지난 2014년 말 중국에서 국내로 복귀한 주얼리 제조업체의 이모 부장은 “국내 실적이 없다고 대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해외에서 영업 실적 등을 국내 금융기관에서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업은 1998년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시작했다가 중국 내 급등하는 인건비 문제 등으로 인해 기술력이 받쳐주는 국내 인력을 활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한국행을 선택한 곳이다. 하지만 국내 거래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신용등급 판정 자체가 불가능했고, 결국 신용보증기금과 익산시의 도움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 부장은 “유턴기업이 자리를 잡는 데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데, 곧바로 흑자 실적을 내지 않으면 대출이 안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부가 지역맞춤형 일자리사업에 대해 1인당 최대 1080만 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기업 실적이 나지 않고 적자가 쌓이는데 이런 정책에 맞춰 고용을 늘리기엔 어렵다. 게다가 정부 지원을 원스톱(One-Stop)으로 받을 수 없다는 점 역시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국내 사정에 어두운 유턴기업들을 위해 지원 행정 일원화도 필요하다”며 “이 같은 절차를 통합 관리하는 정부 기관을 마련해 유턴기업을 컨설팅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기업 일자리 창출 효과 내려면 파격 혜택 필요 =정부는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국내 복귀가 실질적인 고용 증가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 아래 올해부터 대기업의 국내 유턴에 대해서도 외국인 투자 기업 수준으로 인센티브(세제·입지·고용·규제)를 패키지로 지원키로 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상반기 투자규모 100만달러 이상인 3500여 개 해외 제조법인을 전수조사해 유턴 의향기업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계획도 신년 업무보고에 반영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증설 등 진입 규제는 손대지 못해 대규모 고용 창출이 기대되는 업체를 유인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현지의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 갈수록 강화되는 규제정책 등으로 인해 유턴정책을 고려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들이 머물 수 있도록 국내 수도권 등에 입지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민·이근평·유현진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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