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 철회를 주장하는 학생들이 23일로 106일째 본부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과 학생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최근 본부 본관 전기 등을 끊은 것과 관련, 23일 규탄 집회를 열고 비인권적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불법 점거를 엄하게 다스리겠다며 맞서고 있다.

농성 참여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관계자는 이날 “총장실이 있는 4층 일부를 제외하고 본관 2·3·5층의 전기, 수도, 난방이 차단됐다. 이는 너무 비교육적이고 부당한 처사”라며 “이런 반인권적 행위를 학내 구성원에게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점거본부는 이날 대학본부 앞에서 ‘우리 모두가 주요인물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학생징계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학교 측은 지난 17일 오후부터 본부 건물의 전기, 난방 등을 끊은 상태다. 학교 측은 또 본부 점거 학생 중 29명을 징계 대상으로 선별하고, 총학생회에는 3차례에 걸쳐 ‘본부에서 퇴거하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본격적으로 징계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학교 측은 신입생 입학에 차질이 없도록 2월 28일 이전에는 본부점거 상황이 종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점거 농성으로 총무처·연구처·학생처 등 대학 본부 직원 200명 이상이 다른 건물 임시 사무처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며 “25억 원짜리 공과대 창업센터 공사가 12월부터 진행됐어야 하는데 본부점거로 시작하지 못했다. 불법 점거는 행정을 마비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학생 징계 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교건물에 무단 침입하거나 학교건물을 점거하는 행위를 한 자는 징계 대상이 된다.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은 징계 추진에 대해 총학생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성낙인 총장이 지난해 10월 간담회에서 ‘징계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해 놓고,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대 관계자는 “당시 간담회에서 징계를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을 뿐,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징계가 고려돼야 한다”고 맞섰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