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민심 르포

‘文 대세론’에 복잡한 심사
“反文 줄었지만 언제든 역전”

“미우나 고우나 될 사람 밀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베” “선거 때만 표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 나는 못 믿겄소.”

설 연휴를 며칠 앞둔 23일 ‘야권의 심장’ 광주에서 만난 민심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엇갈렸다. 민생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이나 지역 리더들의 반응 속에는 2016년 4·13 총선 때 호남이 몰표를 줬던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추락을 거듭한 반면, 10년 넘게 애증의 관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세론의 주역으로 떠오른 데 대한 복잡한 심사가 녹아 있었다.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로 굳어진 탓도 있겠지만 지난 주말 광주는 선거 바람에 후끈 달아올랐다. 택시기사부터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에 이르기까지 온통 관심은 정치권 동향에 쏠려 있는 듯했다. 문 전 대표가 22~23일, 안 전 대표가 22~24일 각각 광주·전남에 출동해 세 모으기에 나선 때문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함박눈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22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 전 대표 지지모임 ‘포럼 광주’ 출범식과 안 전 대표의 ‘강철수와 국민요정들’ 토크 콘서트에는 각각 행사장 수용 인원의 2배가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문재인 대세론’은 이곳 사람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였다. 22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난 윤도봉(76) 씨는 “4·13 총선 때는 지역구 8석을 모두 국민의당이 가져갔지만, 지금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많이 누그러졌다”며 “문 전 대표가 이번 방문에서 ‘호남 홀대론’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지지를 호소했으니 좀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무지구에서 만난 회사원 최모(46) 씨도 “어찌 됐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정권교체 아니냐”며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인물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박이, 그중에서도 장년층의 반문 정서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영업자 장모(56) 씨는 “지난 대선에서 호남이 문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줬는데, 선거 끝난 뒤 인사조차 오지 않았다”며 “또 선거철이 되니 표를 달라고 온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모(68) 씨는 “‘될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은 호남의 발전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호남 민심이 완전하게 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다”며 “지금은 어떤 정치세력을 통해 정권교체를 할지 고민에 들어간 상황이고 지지율은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로 전략적인 유권자’라는 평가를 듣는 호남 주민들에게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손을 잡아달라”는 문 전 대표와 “끝까지 (대선을) 돌파하겠다”는 안 전 대표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재통합론이 나오는 이유다. 스스로를 광주 토박이라고 소개한 유상길(70) 씨는 “야권이 분열돼서는 선거에서 한 쪽이 이겨도 불안정한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