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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0곳 유랑 77세 김준남씨
“우리 섬 확인한 것만 4000개”

“우리나라 영토의 섬이 몇 개인지도 정부 부처마다 오락가락일 지경입니다. 내 눈으로 확인한 것만 4000개가 넘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국내의 3900여 개의 섬을 유랑했다는 김준남(77·사진) 씨는 19일 “영토의 최전선인 섬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정부 부처마다 발표하는 개수가 제각각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지만, 우리나라의 섬이 몇 개인지조차 정확히 아는 이가 없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2014년 기준으로 한국에 총 3358개의 섬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국토교통부는 2015년 말 기준으로 총 3677개라고 집계했다. 전국을 다니며 눈으로 확인하고 일일이 카메라에 담았다는 김 씨는 이마저 믿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이 찍은 섬 사진을 ‘서해 27권역’ ‘남해 23권역’ 등 총 50개 권역으로 구분했다. 사진마다 섬 명칭을 표기해 10권의 책으로 묶었다. 지도에 나오지 않는 무인도는 직접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만 5000여 장에 달한다.

김 씨는 그중에서도 ‘백미’가 전남 여수시 삼산면 일대의 백도(白島)라고 설명했다. 섬 전체 봉우리가 백(百) 개에서 하나가 모자라 백(白)도라는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구석구석을 돌며 실측한 결과 백도의 봉우리는 사실 99개가 아닌 68개”라며 “중국의 장자제(張家界)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인데 좀 더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씨가 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달력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40대 시절. 달력을 만드는 일은 대개 9월에 시작해서 12월이면 끝났다. 나머지 9개월 동안 바다낚시를 하기 좋은 장소를 찾느라 섬을 떠돌아다니게 됐다. 그러다 섬의 풍경 자체에 매료돼 달력 제조를 그만둔 후에도 계속 섬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남기게 됐다. 어느덧 약 30년간 섬과 함께 한 그는 “이 섬, 저 섬 다니며 사진만 찍다 보니 가족에게 미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산수(傘壽·80세)를 바라보게 된 김 씨가 앞으로 남은 삶에서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김 씨는 “귀한 자료(섬 사진)가 그냥 버려진다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 유용하게 쓸 방법을 고민해왔다”며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 내가 반평생 찍은 섬 사진을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