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사건에 연루된 현기환(58)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첫 재판이 20일 열려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재판은 부산법원 종합청사 301호 법정에서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 성익경) 심리로 열렸다. 현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1일 구속된 지 50일 만에 모습을 드러났다. 구속되기 전 흉기로 왼쪽 손목을 그어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던 현 전 수석은 여전히 왼손에는 보호대를 차고 있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직업이 정치인으로 돼 있는데 그대로 하면 되겠느냐?”고 하자 현 전 수석은 “현재는 무직”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적힌 인물과 동일인인지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한 뒤 검찰 및 변호인 측과 증거제출 등 향후 재판 일정을 조율했다. 다음 공판은 2월 24일 열린다. 현 전 수석은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과 지인 사업가 등으로부터 술값 대납, 차명카드 사용, 상품권 수수, 지인 전세금 대납 등 모두 4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알선수재 등)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현 전 수석이 엘시티 사업에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참여시키고, 금융권에서 1조7800억 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 전 수석 측은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청탁, 압력 등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해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