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서 고별회견

“트럼프가 차별정책 편다면
입닫고 있지 않겠다” 경고
“언론, 불굴 의지로 보도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핵심가치가 위기에 처하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18일 AP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고별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국내외 정책에서 오바마 레거시(업적)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이 가치를 위해 행동하지 못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만약 트럼프가 조직적으로 차별정책을 펴거나 투표권을 제한하고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행정명령을 폐지하려 한다면 가만히 입을 닫고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0일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오바마 레거시 뒤집기 시도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자기 멋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며, 트럼프도 그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대통령직이 가진 무게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패배로 끝난 지난해 미국 대선에 대해 “나는 비공개 자리에서는 현실의 상황에 대해 훨씬 더 혹독하게 얘기했고 많은 갈등을 느낀 게 사실”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뒤 “그렇지만 나는 앞으로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러 관계에 대해 “양국이 건설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미국과 전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재임 기간 러시아가 ‘적대적 정신’으로 되돌아가면서 건설적인 관계 형성이 어렵게 됐다”고 회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언론에 대한 강력한 지지 발언을 하며 고별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모두에게 감사하다. 기자들이 쓴 모든 기사를 즐긴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과 함께하는 것을 즐겼다”고 말문을 연 뒤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불굴의 의지를 갖고 보도를 하면서 미국을 조금 더 나은 나라로 이끌어가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워싱턴포스트(WP)-A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60%까지 치솟으면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앞으로 역사는 오바마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레온하르트는 이날 칼럼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리더(impactful leader)”라며 “공화당은 그의 레거시를 쉽게 뒤집지 못할 것이며 미국은 곧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숙 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