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합장 문재인(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4차 포럼 회의장에 입장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만 단독경선 실시하면
3지대 - 非文 연대 ‘최대 위협’
大選구도 근본적인 변화 주목

文측 “야권 분열의 피해 우려
긍정적 화답에 진정성 담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의 ‘개방형 공동경선(일명 촛불공동경선)’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설 연휴(1월 27~30일) 전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규칙을 확정하려던 민주당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의 요구에 보조를 맞춰 민주당 단독경선이 아닌 범야권 공동경선 추진으로 방향을 틀 경우 이른바 ‘제3지대 중심론’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를 밑도는 반풍(潘風·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바람)의 위력, 범여권의 지리멸렬 양상 등과 맞물려 대권 구도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문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공동경선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대선에서 끝까지 완주할 경우 여권 표를 일부 잠식할 수 있겠지만 야권 분열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라며 “그동안 (야권 통합과 관련해) 무슨 말만 하면 (국민의당이) 즉각 반발하는 바람에 자제해 왔지만 문 전 대표는 ‘야권이 힘을 합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달라는 게 국민의 민심’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문 전 대표가 ‘개방형 공동경선’ 제안에 화답한 게 당내 경쟁자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의례적으로 내놓은 반응이 아니라는 의미다.

‘야권 통합이 민심’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문 전 대표 측이 개방형 공동경선에 대해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밝힌 것에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개헌파 등 광범위한 제3지대를 내버려둔 채 민주당만 단독경선으로 돌입할 경우 자칫 본선에서 큰 화(禍)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지리멸렬한 상태로 볼 때 결국 범여권은 재통합될 가능성이 높다”며 “범여권에 제3지대가 합쳐져 민주당과 1대1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경우가 우리에게 최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든, 안 전 대표든,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든 비(非)민주당 진영이 하나로 묶일 경우 현재의 ‘문재인 대세론’은 의미 없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으로서는 제3지대, 최소한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가 범여권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을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단독경선을 향해 혼자서만 속도를 낼 게 아니라 개방형 공동경선 성사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안 전 대표는 “공동경선론은 변형된 후보단일화론이고, 정당정치에도 맞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결선투표제 도입을 재차 요구한 바 있다.

박 시장 측은 “국민의당이나 안 전 대표 등이 공동경선에 부정적이지만 민주당이 공동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상(像)을 제시하고 문호를 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당 지도부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했다. 박 시장 측은 “경선규칙과 관련해 대선주자들 간에 이해다툼이 있는 게 아니다”면서 “예비후보 등록 등 필요한 조치는 우선적으로 취하고 공동경선 노력은 그것대로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남석·유민환 기자 greentea@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악수 반기문(오른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한 후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