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失業 악화시키는 두 主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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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교수,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8%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로 2015년보다 0.6%포인트가 증가했으며, 일반 실업률의 2.6배나 된다.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률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6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비자발적인 비정규직과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니트족’을 포함할 경우 청년실업률이 34.2%로 치솟는다.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失業) 상태라는 말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잖아도 젊은이들 사이에 ‘흙수저’니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포자기하는 젊은이와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사회의 불안은 더 커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경험과 지식, 그리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일자리인데,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이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미래에 우리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청년실업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물론 그동안 역대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를 방관해 온 건 아니다.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청년인턴 지원 확대, 해외취업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썼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했다. 이것은 청년실업의 본질적인 원인이 어디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즉흥적이고 피상적인 정책만 추진해 온 결과다.

우리의 높은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과다한 규제와 반기업 정서 때문에 기업 환경이 나빠져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게임 셧다운제’다. 2007∼2012년 국내 게임시장은 연평균 13.7%씩 성장했다. 그런데 2012년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하면서 2013년에 전년 대비 0.3% 줄었고, 2014년에는 1.8% 감소했다. 이로 인해 게임사업체 수가 2009년 3만 개에서 2014년 1만4000개로 줄었다. 게임산업 종사자도 2009년 9만2000명에서 2014년 약 8만7000명으로 줄었다.

대기업에 대한 반감으로 만들어진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형 마트 규제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안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57개의 지원정책이 중단되고 새로 18개의 규제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기업을 키우기보다는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으로 중소기업만 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대형 마트 등의 규제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만 키우니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청년실업의 원인은 정규직 과보호로 청년들이 일자리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과보호하게 되면 기업들은 고용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줄인다. 신규 채용의 주 대상자가 청년이니 그들이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는 노동개혁이 필수다. 구체적으로 과감한 규제 완화와 감세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며,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개선해 실질적으로 임금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고용과 해고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이러한 원인 분석과 처방은 경제원리(原理)에 입각해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 원리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위배되는 조치만 해 왔다. 게다가 규제가 완화되긴커녕 오히려 기업 환경을 나쁘게 만드는 규제와 법안들만 늘어나고 있다.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기업 옥죄기’, 의원입법 발의 건수만 수십 건에 이른다. 더욱 답답한 일은 대선 주자들이 하나같이 재벌 개혁, 법인세 인상 등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청년들에게 한 달에 몇십만 원씩 나눠 주겠다고 한다. 이는 기만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들에게 돈을 나눠 준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원리에 따라 해결책을 마련하고 실천할 때 해결된다.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위배할 때 돌아오는 것은 혼돈과 고통뿐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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