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정열 광주소년원자동차정비반 교사가 지난해 7월 대전 대덕대에서 열린 전국자동차외장관리기능경기대회에 참석한 소년원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열 교사 제공

광주소년원 이정열 교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광주소년원에서 자동차정비반 이정열(46) 교사가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이 지은 ‘풀꽃’ 시의 전문이다. 대학에서 자동차학과를 졸업하고 자동차정비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던 이 교사는 지난 1996년부터 서울소년원에서 자동차정비반 직업훈련을 지도하는 교사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 교사는 어린 나이에 절도나 폭행, 사기 등의 범죄에 휘말려 소년원에 들어온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자동차정비, 외장 관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상처가 많은 아이를 가르치느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세상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이들의 재능을 찾고 육성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 법무부가 남다른 열정과 책임감, 소명의식을 지니고 학생 지도에 임한 소년원 교사를 발굴해 시상하는 ‘올해의 교사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교사는 21년간 직업훈련 교사로 지내면서 소년원 학생들의 자동차 관련 자격증 취득 및 대학 진학을 돕고 2016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최우수상에 입상하도록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교사도 처음에는 일반 학생들과 처한 환경이 다른 소년원생들을 가르치느라 애를 먹었다. 그는 “원치 않게 소년원에 들어온 아이들이다 보니 처음부터 직업훈련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부족도 난관이었다. 그는 “알파벳조차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어가 대부분인 자동차정비 용어부터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훈련 과정 단계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이 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이 정비를 빨리 배워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가르친 것을 흡수할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려주는 방식으로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가 소년원생들을 믿고 기다리기 시작하자 변화가 일어났다. 이 교사가 지도해 2016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최우수상을 차지한 A 군도 이 교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방황을 심하게 하던 원생이었다. 이 교사는 “범죄를 저질러 춘천소년원에 들어왔던 A 군은 소년원 내 폭행사건으로 광주소년원으로 이송돼 온 아이였다”며 “처음 만났을 때 어두웠던 아이의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이 교사는 자신마저 A 군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갖고 A 군을 지도했다. A 군은 지난해 6월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수상의 영광까지 안았다. 지난해 12월 소년원에서 퇴원한 A 군은 중고차 매매상사에 취직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소년원을 퇴원해 대학에 진학한 제자들도 이 교사의 자랑거리다. 그가 2012년 정비를 가르쳤던 B 군은 인터넷 사기거래를 하다 소년원에 들어왔다. 이 교사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방황하기 시작해 사기 범죄까지 저지른 안타까운 사연의 아이였다”고 전했다. B 군은 이 교사에게 자동차 정비를 열심히 배워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군 생활까지 무사히 마치고 현재는 취직해 농기계 수리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황을 멈추지 못한 제자들도 많다. 소년원을 퇴원한 후에도 범죄를 저질러 다시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경우다. 이 교사는 “소년원을 퇴원한 아이가 다시 범죄를 저질러 경찰서에 있다는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믿고 의지할 데가 이 교사밖에 없는 제자들은 경찰서에 잡혀가면 이 교사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하고 이 교사는 그때마다 한달음에 달려간다. 그는 “아이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야단을 치기보다는 아픈 데는 없는지 가장 먼저 살핀다”고 말했다. 제자가 교도소에 들어가도 이 교사는 수시로 면회를 가고 영치금을 넣어주며 교화되기를 기다린다. 이 교사는 “소년원에 들어온 아이들은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범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내가 바꿔줄 수는 없지만,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고 보살 필 것”이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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