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점프한 ‘강수진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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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韓流’ 주역들

전준혁·김기민·박세은…
세계5大 발레단 모두 진출
주류무용시장서 주역 활약

지난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대상을 받고 “영국 로열발레단 최초 한국인 발레리노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 전준혁(문화일보 2016년 7월 19일자 24면 참조). 그 꿈을 이뤘다. 영국 로열 발레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최근 입단 제의를 받았고, 올가을 영국 로열발레단에 정식 합류한다.

이로써 한국 출신 무용수들이 세계 5대(영국 로열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로 꼽히는 해외 유명 발레단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주류 무용 시장에서도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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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노의 시대 … ‘발레 한류’ 주도 = 김용걸 이후 한동안 뜸했던 발레리노 스타들이 연이어 탄생하고 있다. 힘차고 높은 점프, 강인함이 느껴지는 근육, 박력 있는 춤 동작은 한번 보면 마니아가 될 만큼 매력적이다. 팬심(心)에 ‘불’을 당긴 건 지난해 김기민(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이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으면서다. 그는 강수진(1999), 김주원(2006)에 이어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다. 수석무용수인 그는 러시아에선 이미 ‘국민 스타’.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는 최영규가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2011년 입단한 최영규는 4년 반 만에 승급 소식을 알려와 발레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통해 고국 팬들을 만났다. 영국 로열 발레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 일찌감치 유수의 발레단에 눈도장을 찍었던 전준혁은 로열발레학교 졸업생의 단 10%만 통과하는 로열발레단의 바늘구멍을 뚫었다. 군무진부터 시작하지만 미래는 밝다. 이제 19세다.

◇ 발레리나의 힘 … 무섭게 성장한 ‘강수진 키즈’= 강수진, 문훈숙, 김주원 등 발레리나들은 일찌감치 해외에서 활동하며 후배들의 길을 열어줬다. 특히, 지난해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은퇴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을 보며 꿈을 키워온 발레리나들은 일명 ‘강수진 키즈’로 불리며 세계 속에 한국 무용수의 저력을 알리고 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간판스타인 서희는 아직 활발한 현역이지만, 지난해 서희재단을 꾸려 후배들을 돕는 데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한국 예선을 유치한 것. 자신을 비롯해 전준혁(2016)과 김기민(2012)이 대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발레 콩쿠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는 강효정이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강수진에 이어 이 발레단의 두 번째 한국인 수석무용수다.

순혈주의가 강한 프랑스에선 박세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은 지난해 2등급에 해당하는 제1 무용수로 승진했다. 1669년 설립된 이 발레단은 세계 최정상급이면서 최고(最古) 무용 단체이기도 하다. 앞서 이곳에서 활동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박세은보다 한 단계 아래인 ‘쉬제(제2 무용수)’로 은퇴했다. 김 교수는 “요즘 후배들이 워낙 잘해서 과거 내 경력은 명함도 못 내밀게 됐다. 무용수로서 자극이 되고, 더 잘 추고 싶단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밖에, 유니버설발레단 출신 한서혜가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로, 국립발레단 출신 이은원이 워싱턴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선전을 한국 발레계의 발전과 성장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김 교수는 “몇몇 무용수들이 해외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 매번 화제가 되고 있지만, 국내 발레계가 탄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장 무용평론가는 “스타 무용수가 나오는 건 축하할 일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할 수도 있다”면서도 “콩쿠르 위주 연습과 엘리트 교육을 지양하고, 무용수의 현업 생명력을 늘릴 수 있는 교육, 지원 등으로 저변확대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각 발레단 홈페이지·무용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