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귀국 메시지’ 분석

과감한 어조로 대권도전 의지
국민들은 불확실성 해소 원해
디테일 측면서 상징적·추상적
국정운영방식·개헌 등 현안에
보다 구체적인 해법 내놨어야

분명한 리더십 보이지 못하면
중간에 사퇴한 후보처럼 될것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2일 귀국 메시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과감한 어조로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정치교체’를 통해 새로운 깃발을 내세운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한국이 처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과 방법론을 내보이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극도의 불확실성에서 살고 있는 국민의 안정 희구에 답하지 못하고 불안감을 해소해 주지는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특히 전문분야라 할 수 있는 외교안보 쪽에서도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3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지도자는 개인역량(personal performance)과 소속정당(party department), 정책의 힘(policy power)이라는 ‘3P’에 대한 구체성을 내보여야 한다”며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이에 대한 답변이 애매모호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특히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던 사람이 왜 대통령을 해야 하는지, 어떤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특정 세력에 정치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국정운영방식이나 개헌, 경제·사회 쪽에 대한 문제 해결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반 전 총장이 외유내강 스타일인 것은 분명하나 그 깃발 아래 많은 사람을 어떻게 규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 두 달 내에 많은 사람이 따라올 정도의 분명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 중간에 사퇴한 (여러 제3지대)후보들처럼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도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가 아직은 디테일 면에서 치밀하지 못하고 너무 추상적”이라며 “국민이 관심을 갖는 부분에 대해 진전된 고민이 더 있었어야 했다”고 평했다.

반 전 총장이 인천공항 입국장 기자회견과 귀국 도중 일부 언론과 행한 기내 인터뷰 등에서 밝힌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소신을 드러내는 데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대격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에 국제기구의 수장까지 지낸 인물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외교안보 기조를 밝히고 큰 그림을 제시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대부분 현안과 해법에 대해 겉핥기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반 총장 스스로 외교안보는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만큼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한 후에는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해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한 방위 축인데 양국 간 합의된 것을 문제가 있다고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분명히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선종·인지현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