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丁酉年 우렁찬 새 시대 정유년 희망을 치다. 긍정적인 생각이 희망을 만들고 희망은 행운을 부른다. 희망을 주는 새해가 모든 분에게 함께하기를 바라며….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새해가 되니 많은 분께서 전화를 주십니다. 그러곤 빼놓지 않고 “왜 올겨울엔 쌀 한 포대의 기적을 안 했나요?”라고 아쉬움을 표합니다. 그럴 때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이에요. 매년 해오던 것을 못하게 되니 안타깝네요”라고 설명했습니다. 결식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랑채 김금복 목사님께 처음으로 쌀과 연탄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알렸습니다. 목사님의 “올겨울은 유난히 기부단체와 기부자가 없네요”라는 말씀이 귀를 파고들었습니다.

‘쌀 한 포대의 기적’은 골프를 하는 지인들과 함께 쌀 한 포대 값을 모아 20년 넘게 전달한 걸 말합니다. 작은 정성을 모아 결식노인들께 따듯한 겨울 식사와 연탄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젠 언론인이기에 따듯한 마음을 전할 수 없게 돼 못내 아쉽습니다. 테레사 수녀께선 “강렬한 사랑은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주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는데, 그만 판단하고 말았습니다. 쌀 한 포대의 기적은 골프를 즐기러 갔던 4명으로 시작됐습니다. 골프만 하지 말고 좋은 일 좀 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했고, 몇 백 명이 함께 참여하는 연말 행사가 됐습니다. 가수 강은철, 남궁옥분, 박학기, 안계범 씨는 매년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으로 재능기부를 해왔습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려는 건데 제도가 가로막아 가슴이 아픕니다.

어느 붕어빵을 파는 가게에 ‘4개 1000원’을 붙여 놓았지만 멀리서 남루한 할머니가 오면 주인은 ‘1개에 200원’이라는 자그마한 가격표를 슬그머니 내놓았습니다. 이상한 셈법에 사람들은 가게 주인을 욕했습니다. 할머니가 단돈 200원을 내고 붕어빵 한 개를 사 가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매일 붕어빵 하나만 살 돈밖에 없는 할머니에 대한 배려였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동 한 그릇’이란 일본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들 둘과 엄마는 매년 12월 31일이면 북해정 우동집을 찾아와 한 그릇을 시켜 셋이서 나눠 먹곤 했습니다. 우동집 주인은 12월 31일은 손님이 가장 많은 날이지만 기꺼이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눈치 보일까봐 3인분에 가까운 우동을 듬뿍 넣어 주곤 했습니다. 세 모자는 언제부턴가 오지 않았지만 주인은 매년 3자리를 항상 비워뒀습니다. 그리고 14년 후 섣달 그믐날 세 모자가 불쑥 나타나 ‘우동 세 그릇’을 시킵니다. 3인분짜리 우동 한 그릇에 용기를 얻어 타지로 가 열심히 노력해 의사가 됐고, ‘우동 3인분’을 주문하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던 것입니다.

올해는 골프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과 ‘쌀 한 포대의 기적’을 이루고 싶습니다. 사랑은 지성도, 눈도, 입도 아니고 오직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붕어빵’과 ‘우동 한 그릇’을 꼭 기억하면서.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