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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품 禁輸조치’ 한·중 FTA 공식안건 상정 배경

한한령·여행객 제한 이어
한국산 화장품까지 수입 불허
“최소한의 경고 필요” 목소리

국내 정치권 분열돼 우왕좌왕
무역전쟁땐 국익에 도움 안돼
공식화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정부가 중국의 한국 화장품 금수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뜻을 밝힌 배경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 안보 문제를 통상·무역과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한 불만을 무역 보복 조치로 드러내는 중국의 비상식적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경고가 필요하다는 정부 분위기도 적잖이 작용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에 금수 조치된 국산 화장품과 관련해 품질·절차 등 모든 문제 가능성을 우리가 먼저 다 따져볼 것”이라며 “이후 본격적이고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가 실무급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후 문제 제기는 장관급을 포함한 고위급에서 진행될 것이며 그 시점에서는 중국이 어떤 핑계도 대지 못할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최근까지 정부는 한·중 통상문제와 사드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사용되는 한국산 배터리부터 한류 연예인 출연 금지, 한국 드라마 방영 중지와 같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한국행 여행객 제한 등에 덧붙여 이젠 한국산 화장품까지 ‘사드 배치 반대’의 볼모로 붙들자 정부 내 분위기도 급반전하는 모습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자 경제 대국인 중국이 우리의 외교·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무역·통상과 끊임없이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경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올해 업무보고 중 대중 통상 분야에서 의도적으로 ‘사드’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을 정도로 중국을 ‘배려(?)’했지만 이제는 중국 정부의 일련의 비공식적인 무역 보복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실제 정부 일각에선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공식적으로 고품질의 국산 화장품에 대해 절차와 품질 등을 문제 삼은 것은 ‘도를 넘은 행위’라며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정색하고 이 같은 중국의 보복조치를 공식화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과거 마늘 파동과 같은 무역전쟁이 벌어질 경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는 국내 정치권에서조차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임호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는 중국 외교의 핵심이기에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해 국내 정치권에서 의견을 통일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여 줄 때 중국도 사드와 통상 문제를 결부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