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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조원 재정보강’ 배경

성장률 1%대 추락할 가능성
취업자도 3만명 줄어들 전망
소비자물가는 1.6%로 상승

1분기 재정집행률 사상최대로
美금리인상에 통화정책 발목
추경없는 재정정책 약발 한계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6%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달성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7조 원 규모의 공공기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21조3000억 원 규모의 재정 보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확장이 아니라 재정 보강을 하는 정도로 경기 악화를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내놓은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다음 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2%대로 전망한 것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2% 수준)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내년 경기를 그만큼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전망이 맞는다면,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뒤 성장률은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6%, 2016년 2.6%(정부 전망치), 2017년 2.6%(〃)를 기록하게 된다. 2014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2%대 성장률로 역대 정부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다. 그나마 내년 성장률은 2%대라도 지킬 수 있을지, 그 아래로 추락할지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취업자 증가 폭도 올해 29만 명에서 내년에는 26만 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 초에는 외환위기 직후와 견줄 수 있을 만큼 심각한 ‘고용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잠잠하던 물가도 내년에는 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1.6%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은 940억 달러에서 820억 달러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추락하는 경기를 받치기 위해 내년에 21조3000억 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정보강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통한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아니고 어차피 쓸 돈을 앞당겨 쓰거나, 공공기관의 투자를 늘리는 것 등이다. 당연히 경기부양 효과는 떨어진다.

경기가 급락할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은 크게 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 2가지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낮추기는 쉽지 않다. 결국 남은 것은 재정정책밖에 없는데, 내년 예산을 단 한 푼도 써보지 못한 상태에서 ‘추경 카드’를 꺼내 들 수 없는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재정보강 대책이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보강 대책은 △올해 더 걷힌 세수에 따른 지방교부세와 지방교부금 3조 원을 내년 4월까지 전액 교부 △내년 재정집행률을 당초 대비 1%포인트(3조 원) 늘리고, 전력기금을 3000억 원 확대 △33개 공공기관의 자체 여유 자금 및 부채 초과 감축분을 활용해 연내 7조 원 투자 확대 △8조 원의 정책금융 확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재정보강 대책의 ‘약발’이 떨어진다면 추경 편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경 찬성에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는 등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경에 대한 야당의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내년에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위험)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급락을 막고,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고령화 및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