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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후원재단 돕는 이인풍 씨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음으로 하고 싶고, 내고 싶고, 주고 싶을 때 하는 게 진정한 기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밑바닥’을 경험해 봐야 진정한 ‘부자’가 된다고 했던가. 경기 포천에서 축산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이인풍(30·사진) 씨는 부족함 없이 자랐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 씨는 유치원 교사로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까지 태권도를 했던 이 교사는 단순한 유치원 교사보다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체육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유아 체육에 관심을 두면서 유치원을 나와 2012년 유아들을 대상으로 체육 수업을 대행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직장을 옮기면서 이 교사의 ‘시련’도 시작됐다. 이 교사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나마 박봉이었던 유치원 교사 월급이 직장을 옮기면서 더 깎였다”며 “급여가 줄어도 유아체육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박봉이어도 너무 ‘박봉’이었다. 이 교사는 “월세와 자동차 기름값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로 쓸 돈이 거의 없었다”며 “물가가 비싼 서울에서 생활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중에서도 서울 신촌의 모 대학 내 유치원에 체육 수업을 나가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혀를 찬다. 그는 “주변 식당 밥값이 너무 비쌌다”며 “돈이 없어 컵라면을 사다가 유치원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차에 가서 혼자 먹곤 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집에서 서울 잠실에 있는 사무실까지 오가는 기름값을 아끼려 사장 몰래 회사에서 숙식하기도 했다. 여름밤 모기와의 싸움, 아침저녁 몰래 씻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형편이 넉넉한 부모님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던 이 교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 터. 그래서 이 교사는 더 미친 듯이 일했다. 그 결과, 직장 2년 차 때에는 인센티브를 많이 받으면서 급여가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회사에서 숙식하며 열심히 일한 결과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힘든 상황을 겪고 나니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당시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이 교사가 어린이 후원활동을 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어린이 후원재단에 기부를 시작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기부금을 늘려갔다. 불우아동과 결연을 해 후원도 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녀 가장도 도왔고, 아동학대 캠페인에 기부도 했다.

재능기부도 시작했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후원 재단의 봉사활동자 모임에 나가 영아원 등에서 운동회를 진행하거나 청소를 해주기도 한다. 후원자 모임에도 나가 다른 후원자들과 함께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생활고도 생활고지만, 유아체육에 대해 잘 모르고 아이들을 가르칠 능력이 안 된다는 자괴감이 들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비관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이 교사는 후원하는 아이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며 이렇게 전했다. 기부나 후원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기부나 후원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예전에 자선단체에서 전화가 와서 억지로 기부한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거부감이 들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진정으로 후원 활동을 하고 싶고, 돈을 내고 싶고, 마음을 주고 싶을 때 하는 게 진정한 기부가 아닐까요.”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