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의 최순실 청문회가 끝났다. 1988년 5공 청문회 이래 국민적 관심이 가장 높았던 청문회였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고 뒷맛은 씁쓸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나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것을 국민의 제보로 확인했던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느껴지고, 뒷맛이 씁쓸한 것은 눈에 보이는 문제점들이 너무 뚜렷함에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점들은 분명하다. 청문회에 임하는 의원들과 증인들의 자세가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으며, 질의 응답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청문회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회 청문회의 무기력한 모습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최순실 등을 국회의원들이 구치소로 찾아가서 현장 청문회를 했던 것과 특검에서 최순실 등을 소환하여 심문했던 것을 비교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물론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청문회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수사 과정은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청문회와 관련한 국회의 권한 및 증인의 출석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면 왜 그동안 증인 출석의 강제 규정이 도입되지 못했을까? 그것은 과거 과도한 증인 신청이 문제 된 사례들도 있었고, 사안과 무관한 엉뚱한 질문이 논란을 야기한 적도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청문회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증인 출석의 강제를 정당화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꼭 필요한 증인의 출석을 강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제는 국회에서 무분별한 증인신청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출석한 증인의 증언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청문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청문회의 운영 방식 자체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첫째, 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 정치인인 국회의원들이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가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해당 사안에 대해 나름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참여해 청문회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

둘째, 청문회에 관한 충분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 시간의 부족 또는 자료의 부족으로 부실한 청문회가 될 바에는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더욱이 청문회에서의 중복 질문이나 시간 때우기식 질문은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릴 뿐이다.

셋째, 청문회 위증에 대해서는 법정 위증에 못지않은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문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묵비권을 인정할지언정 거짓 증언을 용납해선 안 되는 것이다.

넷째, 내부고발자 등의 증언에 대한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 청문회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범죄 또는 비리 행위자 본인의 증언보다는 그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작은 변화가 쌓여서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듯이, 작은 것을 소홀히함으로써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제야 청문회 운영 방식을 손질하는 것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 수 있지만, 소를 다시 외양간에 넣기 전에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