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용환(앞줄 왼쪽)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1월 17일 강원 홍천군 좌운1리 왕대추마을 마을회관 앞에서 열린 ‘자매마을과 함께하는 김장으로 사랑 나누기’ 행사에서 고만순(오른쪽) 왕대추마을 이장에게 막 담근 김치를 먹여주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NH농협금융지주 - 홍천군 왕대추마을 ‘김장 행사’

올 4번째로 1000여 포기 담가… 복지시설 통해 쪽방촌 등 전달

지난달 17일 오전 10시쯤 강원 홍천군 좌운1리 왕대추마을 마을회관 앞. 구름도 앉아서 머물고 간다고 해서 ‘좌운(坐雲)’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고즈넉한 마을이 서울 손님들을 맞더니 어느새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 분위기가 났다. NH농협금융지주 직원 20여 명이 1사1촌 자매결연 마을인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마을 부녀회 아주머니들이 준비해놓은 김장을 담그면서다.

잘 씻은 배추를 통에 담아 나르는 사람과 트럭에 있는 김칫소를 분주하게 옮기는 사람, 김장김치를 담을 용기의 포장을 뜯어내는 사람,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본격적으로 배추 버무리기를 하는 사람들로 착착 업무 분담이 이뤄졌다. 1000여 포기의 김치를 담그는 사람들이 일을 위해 여기저기서 ‘뿜어 내는’ 말들이 영락없는 잔칫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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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NH농협봉사단’이라고 적힌 노란 조끼에 빨간색 앞치마를 입은 직원들과 ‘새마을’이라고 적힌 녹색 앞치마를 걸친 부녀회원, 앞마당에 놓인 기다란 책상 위에 올려진 하얀 속이 보이는 배추와 빨간색 소가 어울린 색의 향연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이날 김장 담그기 행사는 올해로 벌써 4번째다. 매년 농협금융지주에서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배추 등 김장 채소류를 구입해 김장을 한 뒤 복지시설을 통해 서울역 쪽방촌 등 나눔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전달된다. 배추 생산 농가도 돕고, 마을 주민과 직원들이 어울려 김장을 하고, 소외계층도 지원하는 ‘1석 3조’ 행사인 셈이다.

배추에 소를 버무리는 바쁜 손놀림 속에서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직원들의 해맑은 표정에서도 이번 행사의 의미가 진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홍보부 박지수(여·25) 씨는 “쪽방촌에서 힘든 겨울을 날 노숙인들이 김치를 맛있게 먹으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더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장을 시작한 지 30여 분 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도착했다. 김 회장은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부녀회 아주머니와 직원들 사이에 끼어 능숙한 솜씨로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요즘 쌀값은 어떻습니까?” “쌀이 너무 풍년이어서 걱정이에요.” “지난번에 사드린 노래방 기기로 노래 좀 하십니까?” “주민들이 행사 때마다 뒤풀이로 잘 쓰고 있어요.” 김 회장과 주민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일을 했다. “김장하는 날에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왕대추마을 주민들이 복이 많습니다.” “회장님이 오시니까 날도 좋은 거 같아요. 회장님이 복이 많으시네요.” 서로를 치켜세우는 덕담도 오고 갔다.

김장 버무리기가 손에 익어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농주를 담은 양은 주전자를 든 아주머니가 돌아다니며 새참 겸 한잔씩 권했다. 달짝지근하면서 뒷맛이 개운한 옥수수 막걸리를 다들 맛있게 비웠다. 안주는 따로 필요 없다. 버무리고 있는 배추 한 꼭지를 떼어내 입에 넣기만 하면 됐다. 트럭에 있는 김칫소를 통에 담아 운반하는 일을 맡은 재무관리부 박성민(41) 차장은 “막걸리 한잔 하면서 일을 하니 고향 잔칫집에 온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점심 무렵쯤 되자 벌써 1000포기 중 절반 정도가 용기에 담겨 차곡차곡 쌓였다. 주민들과 직원들은 마을회관으로 옮겨 방금 담은 김치와 막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으로 꿀맛 같은 점심을 들었다. 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곳 왕대추마을이 있는 홍천은 제가 군 생활을 했던 곳이고, 지난번에 저를 명예이장으로 추대까지 해주셔서 저에겐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앞으로 더 자주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만순(여·60·사진) 마을 이장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부녀회원들이 며칠 전부터 힘들게 김장 준비를 했지만 이웃을 돕는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며 “항상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 해주는 농협금융지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홍천=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