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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정책硏 국제정세 전망

국제질서 미국發 리셋 예고
北 내년초 고강도 도발할 듯

내년 1월 공식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시기에 한국의 입장을 더욱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미·중 마찰 및 동북아 지역 갈등이 심화할 전망임에 따라 한국의 외교적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함재봉(사진) 아산정책연구원장은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리셋?(Reset)’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정세전망 간담회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예측 불가의 상황이 됐지만, 아무것도 없는 현재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한국 측이) 빨리 북핵 문제에 대해 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함 원장은 올해 미 대선의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등으로 국제질서가 ‘리셋’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리셋은 결국 미국발(發) 리셋”이라며 “어떤 분야를 보더라도 트럼프 당선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트럼프발 리셋의 영향력이 강할 것이란 점은 확실한데, 어디로 향할지가 불분명하다”며 “분명한 건 미국에 보다 유리한 체제를 만들기 위한 리셋을 시도할 것이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발 국제질서의 리셋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적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강 부원장은 이날 “리셋 과정에서 동북아 지역 내 미·일·중·러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미·중 관계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내내 협력과 경쟁의 슬로건으로 이어져 왔지만, 이제는 경쟁·갈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미·러 관계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며 “(새로운) 미·중·러 삼각관계가 우리에게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고, 특히 중국의 과도한 대(對)한반도 영향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된 국제정세전망 보고서도 올해부터 시작된 미·중 간 구조적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트럼프의 미국은 해군력을 비롯한 군사력을 증강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의 아시아 군사력 증강은 중국의 대(對)미 불신으로 이어져 지역 내 모든 문제에서 외교적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의 당선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좌초 등의 부담을 안게 된 일본도 불리해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넘어 독자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독립적 활동 공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리셋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내년 1월 20일 트럼프의 공식 취임 이전, 또는 한국의 정권 교체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아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이 이뤄지기 이전에 핵과 탄도미사일, 전자기펄스(EMP) 등을 이용한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차 위원은 “북한으로서는 가능한 한 기존 핵 능력을 최대한 확장해 놓은 상태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