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전승훈 기자 jeon@

3부. 정책 대전환 - ⑥ 직접민주주의

네트워크 사회 도래하면서
권력 사유화 등 대의제 한계

다양한 의견들 온라인 발의
공통점 묶어 실시간 수치화
여론 형성·정책 결정 이끌어
‘모바일 정당’ 탄생도 가능

거리서 목소리 내지 않아도
국민 의사 언제든지 수렴

4차 산업혁명이 현대 국가 근간을 이루는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직접민주주의 체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어 사람과 사물, 정보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도래함에 따라 민의가 국가나 지역사회의 정책 결정에 즉각 반영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은 이미 완비됐다”며 “정치인과 국민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만 되면 언제든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권자의 권리를 위임받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사유화하는 등 대의민주주의가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민주주의 도래를 재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로운 정치구조의 변화는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에서 시작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만물인터넷(IoE : Internet of Everything) 등을 기반으로 구현된 그물망식 소통 구조는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의사 결정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은 “단순히 나열식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 속에서 공통된 의견이 묶어지고, 이를 실시간으로 수치화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론 형성, 정책 결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권은 이런 소통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도화된 SNS 등을 통해 민의의 확산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가운데 국민의 대표자로 선출된 대통령,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은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이를 “촛불의 상시화”로 표현했다. 그는 “꼭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며 “기술적으로 국민투표도 어렵지 않게 실시할 수 있어서 언제든 국민의 의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안건이 온라인으로 발의되고, 자체 투표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거 풍토도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온·오프라인 융합 선거운동을 넘어 정당구조를 모바일 플랫폼에 녹여낸 ‘모바일 정당’이 탄생할 수 있다. 현재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모바일로 정치적, 정책적 의사를 결정하고 선거운동 또한 모바일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정치 결사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민화 이사장은 “신뢰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blockchain security technology)’을 통해 온라인 직접 비밀투표가 가능해지는 등 기술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며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만 돼 있으면 언제든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시민의 참여가 커지는 만큼 제도 정치의 권한이 줄어들기 때문에 특히 기성 정치권의 거부감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직화한 특정 집단이 국가 중대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형용 이사장은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공동체 정치가 일상화되고 의회 등 제도권 정치는 축소되는 방향이 옳다”며 “보다 많은 참여와 토론으로 정치는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