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촛불의 방향’ 전망

“시민 ‘할수있다’ 자신감 얻어
새 이슈 나오면 더 커질 수도”

“국회 계속 압박하는데 집중…
차분하게 憲裁판결 기다려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에도 촛불의 행진은 이어지겠지만, 촛불집회의 공간과 방향은 분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으로 집회의 중심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고, 기존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가 ‘헌재의 빠른 결정 촉구’ ‘대통령 구속’ 등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2일 “탄핵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지만, 촛불민심은 쉽게 수그러들진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대통령 퇴진’이라는 키워드로 촛불 여론이 합일해왔는데, 앞으로는 촛불민심이 방향을 달리해 광화문·여의도에서 헌법재판소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탄핵안 가결로 지난 10일 촛불집회는 일단 축제의 모습이 됐는데, 앞으로 집회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헌재를 향해 빠른 판단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 결정을 앞둔 시기에 맞춰 헌재 쪽으로 촛불민심이 이동할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장 교수는 “향후 집회에서는 탄핵 결정을 이른 시일 내에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촛불이 헌재로 향하기보다는 국회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중한 외교 안보와 경제적 위기 상황을 마주하고 있으므로 촛불민심이 헌재로 향하는 것보다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는 편이 옳다”며 “차라리 촛불 민심의 에너지를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에 모을 수 있도록 국회를 계속 압박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전 교수는 “촛불의 방향이 달라지더라도 국회나 검찰이 방심하지 말고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촛불로 드러난 준엄한 민심을 정파적 이해관계가 따라 해석하지 말고, 부패 등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국가를 새롭게 발전시키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촛불이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데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헌재가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직무정지 상태라고 해도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남아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촛불집회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헌재의 탄핵 결정을 촉구하거나 특정인 구속 및 재수사와 관련된 이슈들을 갖고 앞으로도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며 “특검이나 청문회에서 새로운 이슈가 나오면 촛불집회가 오히려 더 크게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교수는 “기존에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가장 컸는데, 그 연장선에서 촛불 민심은 최종적으로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오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모든 것이 부패했던 국정농단이 드러나며 국민에게 준 충격이 촛불 민심을 만들어냈다”며 “향후 ‘퇴진’ 움직임이 사회개혁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대통령, 정치계 전반, 사회 전반에 대한 불만이 촛불민심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광화문에서 대통령을 꾸짖고, 여의도에서 정치권을 압박한 촛불민심이 더 확대되지는 않더라도 사회 전반에 부패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 교수는 “시민들은 이번에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촛불집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체득했고, 앞으로도 이러한 전례를 토대로 사회 각 부문에서 ‘권력’이라고 불리는 집단으로 촛불민심이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 탄핵 이전보다 광장에 나오는 국민의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촛불집회는 계속될 것 같다”며 “특검 수사, 헌재 심리 등 흐름에 따라 외치는 구호의 내용이 바뀌는 것뿐이지, 촛불집회 참여자가 줄어든다고 절대로 국민 관심이 적어진 게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윤·김성훈·김현아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