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와 박충근·이용복·양재식·이규철 특검보 등 ‘국정농단(壟斷) 사건’ 특검 지휘부가 8일 첫 회의를 열고 수사 방향을 논의하는 등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직접 수사가 가시화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1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및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기소로, 10월 27일 종전 진용을 새로이 해 출범한 이래의 수사를 마감하고 남은 수사 일체를 특검에 인계한다.

특검 지휘부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녹음파일 녹취록을 검토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 관한 통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녁이 ‘대통령 범죄’를 정조준할 것임을 예고한 셈으로, 올바른 접근이다. 특검법 제2조 수사 대상 가운데 1호‘청와대 문건 유출, 외교·안보 기밀 누설’, 2호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 개입’, 3호 ‘재단 출연금·기부금 강요’의 의미상 주어도 박근혜 대통령이다.

문제는 특검 수사를 가로막는 현실적·법리적 장해가 검찰 수사 때보다 훨씬 높고 또 치밀하리라는 점이다. 당초 늑장으로 일관하던 검찰이 막판 스퍼트로 지난달 20일 최순실-안종범-정호성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의 공모 범행임을 적시했지만, 뇌물죄 영역은 수사가 미진한 채 특검으로 이월됐다. 최순실 일당의 범죄 행각을 사실상 방치·방조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등 수사만 해도 백지상태여서 통째로 특검의 치죄(治罪) 몫이다.

특검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번 특검을 도입한 근본 이유는 대통령직이 범죄에 동원되는 참극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여느 특검에 비해 조직을 늘리고 대(對)국민 보고도 가능하게 했다. 농단 진상을 뿌리까지 파헤쳐 엄단함으로써 미래 권력과 주변 세력이 이런 유(類)의 범죄를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할 책무가 막중하다. 수사 초기에 늑장을 부려 범법 증거들을 일실(逸失)시킨 검찰의 직무유기 여부도 특검 책무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