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탄핵 절차와 法治主義의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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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권력 또는 힘으로부터의 인간 존엄과 가치의 존중이 내포되지 않은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 또는 인민재판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폭민주의(mobocracy)일 수는 있어도 자유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은 법치주의(the rule of law)를 통해 실현된다. 법치주의를 통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은 자유와 평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본권, 이를 담보하는 권력분립, 견제와 균형의 원리, 적법절차, 사법권의 독립 등 헌법의 원리·원칙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핵심적 요소다.

고대 아테네에서와 달리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지닌 현대 국가의 자유민주주의 헌법은 한 도시의 광장에 모인 국민이 아니라, 주권의 주체로 작용하는 국가 전체 국민이 결단한 것이다. 독재주의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법치는 권력자의 명령 이행 담보를 위해서일 뿐 이러한 원리·원칙을 결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법치(the rule by law)라고 한다.

그동안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과 불법을 관리하지 못한 대통령의 어이없는 무능 등으로 우리를 분노·허탈케 만들었고, 이에 기대어 야당과 강경 노조 등이 앞장서서 집단으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광화문광장 집회가 주말마다 계속됐다. 국가 사회를 온통 정치적 혼란으로 몰아넣은 최순실 사태는 특검 절차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진입하게 되어 드디어 헌법 절차에 따른 문제 해결을 기대하게 됐다. 현직 대통령을 그 직으로부터 내려오게 하는 장치로는, 본인이 사임하지 않는 한 탄핵이 유일한 방법이다. 헌법이 이러한 대통령 우대 장치를 둔 것은 그가 국가원수이자 행정권의 수반이며 국가의 독립·계속성의 상징이요 얼굴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자해적 정치 혼란 때문에 국가 대외 이미지와 경제 등에 미친 악영향이 얼마나 컸던가? 이제 정치가 아니라, 헌법의 법치주의에 따라 이 문제가 가려져야 한다. 그래서 누구든 범법행위가 밝혀지면 법에 따라 엄히 다스려야 한다. 법적 근거 없는 마녀사냥은 안 된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야. 솔직히 보톡스 주사나 전형적인 민사사건인 세월호 침몰이 대통령에 대한 인정상의 비난 근거일 수는 있을지언정 (공)법적 책임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지난 3일 재적의원 2분의 1이 넘는 171명이 발의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오늘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내일(9일) 저녁에 탄핵소추 여부 결정(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에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대통령이 과연 소추 사유대로 직무집행상 헌법이나 법률 위배 행위를 했는지, 그리고 위배가 있었더라도 그 정도가 과연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심각한지에 따라 파면결정 또는 기각결정을 하게 된다. 파면결정을 받으면 대통령은 그 직으로부터 파면된다. 그러나 이에 의해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서 운영하게 되는 탄핵심판 절차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검사 역할을 하며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격방어 권한을 가진다.

법치주의의 진보에 의해 자유민주주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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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탄핵 절차와 法治主義의 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