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없는 재단’ 소명에 심혈
제3자 뇌물죄 피하기에 주력중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국회 탄핵소추안 부결’이라는 1차 방어선을 포기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을 이끌어내기 위한 2차 방어선 수성에 들어갔다. 특히 ‘대가성 없는 재단 설립’ 소명에 심혈을 기울여 제3자 뇌물죄를 피할 방안을 집중적으로 궁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일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아 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청와대는 7일 유영하 변호사 외에 3명의 변호인을 추가로 선임해 특별검사 수사는 물론,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동시에 대비하는 작업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 가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고, 이에 맞춰 청와대는 모든 사태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탄핵 이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외교·안보상의 문제 발생 시 절차, 헌법 및 법률상 대통령 권한 대행인 국무총리의 권한, 총리와의 소통 문제, 대통령의 보고 청취 가능 여부, 청와대 비서진의 총리 보좌 등의 내용이 주요 관심 사안”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요 참모진은 탄핵안이 가결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게 되면 총리실로 출근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과 황 총리의 간접적인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즉 형식적 결제권은 황 권한 대행이 행사하겠지만 박 대통령의 의사 또한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 이후 관저 집무실을 이용해 비서진의 보고서를 읽으며 국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도 전해졌다.

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사례를 참고해 황 총리의 재가를 통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외교 조약 체결이나 신임장 제정식도 개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헌재 심리 준비 작업과 관련, “전날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 국정조사에서 미르 재단 출연 등에 ‘대가성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은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통치 행위를 했다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청와대가 헌재 심리 과정에서 이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